올해 '공격 경영'을 화두로 내건 삼성그룹이 밝힌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26조원에 달한다. 작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선전한 여세를 몰아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굳히겠다는 포석이다.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올해 그룹 전체 투자 규모는 26조원가량 될 것이며 신규로 1만9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그룹 투자 규모는 30대 그룹 전체 투자액 87조원의 30%에 달하며 고용은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 계열사들 대부분은 올해 수립한 두 자릿수 성장을 위해 투자와 채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다음 달 구체적인 부문별 투자 규모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이끈다. 삼성전자는 작년 투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18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개발,시설투자,신사업 개척 등 전방위 투자를 통해 2019년까지 세계 1위의 전자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그랜드플랜 실행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부문별로는 반도체에 5조5000억원,LCD에 3조원 이상 투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1위인 반도체와 LCD 부문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다른 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추격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전사업과 컴퓨터,프린터,네트워크 등 다른 사업부문도 세계 1위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기존 세계 1위인 반도체,LCD,TV 등은 2위 그룹과의 점유율 격차를 더욱 확대해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다른 모든 부문도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TV의 1위 노하우를 다른 사업부문으로 확산시켜 가겠다는 전략이다. 점유율이 낮은 사업은 1위에 접근해가면 매출,이익 면에서 비약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선정한 바이오,태양전지,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조기에 사업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만90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신입사원뿐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연구개발 인원을 대폭 확충해 공격 경영의 기조를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기도 올해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공격적 목표에 따라 투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투자액의 대부분은 모든 제품의 개발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점유율 확대를 극대화한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고수익 제품군 개발에도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품목별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세계 1위에 올려 놓기 위해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집중 투자하고 반도체용 기판 등 다른 부품들도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2차전지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투자의 상당 부분은 자동차용 2차전지 생산시설에 들어가며 에너지 부문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미래사업을 개척해온 삼성SDI가 올해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변신하는 원년으로 삼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GE에너지 사업부 출신인 최치훈 사장의 경험과 디스플레이 부문을 1위에 올려 놓은 저력을 합쳐 에너지기업으로 전환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삼성LED도 신규 시설 투자 등을 통해 성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신규 투자를 통해 TV,컴퓨터 등 기존 디스플레이 사업뿐 아니라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조명부문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삼성LED는 LED조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에서 1위 업체인 에큐티브랜즈와 제휴를 맺고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