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서 자동차주(株)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도주 경쟁에서 자동차주가 연초 증시를 달군 정보기술(IT) 관련주를 제치고 '원톱'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리콜 사태로 글로벌 위상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란 평가가 속속 나오면서 급등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42분 현재 현대차는 전날보다 3.13% 오른 11만5500원에 거래되며 강세장을 펼치고 있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2-3%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강보합세에 머물고 있고, 낙폭과대 평가로 3%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하이닉스를 제외한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주들은 개선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수세와 함께 도요타 혼다 등 일본 경쟁사의 리콜 사태로 해외시장의 주도권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란 점이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는 연초들어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펼친 수요진작 정책이 종료되고 이와 함께 해외시장 점유율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며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현대차 주가도 지난해 12월 30일 12만2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 이렇다할 추가 상승 계기를 잡지 못한 채 증시 조정과 더불어 하락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호실적과 함께 도요타의 리콜 사태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선 국내증시의 버팀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차의 1월 중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4.4%로, 지난해 1월 3.7%와 12월 3.3% 대비 크게 증가했다. 기아차 역시 3.2%로 지난해 1월 3.4%보다는 낮아졌지만 지난해 12월 2%에 비해서는 크게 증가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저효과와 신차출시,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점유율이 5개월만에 반등했다"면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도요타 리콜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주가가 3년 후 30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임은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도요타가 미국 시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늘렸다면 현대차는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현대차가 앞으로 중국 시장을 통해 도요타를 대체할 자동차 업체로 부상할 경우 주가 30만원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들이 자동차 업종으로 방향을 틀면서 긍정적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로 자동차주 대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IT주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의 추세적 복귀는 자동차와 IT 등 기존 주도가 이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이날 시장 상황이 말해주듯 자동차주만으로 시장이 상승 흐름을 타기는 버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모멘텀 공백기에 접어든 IT주들 역시 경기상황이나 글로벌 수요 회복 등으로 조만간 상승세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동차와 IT 라는 '투톱' 체제의 주도주가 앞으로 증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상승은 일부 가격조정을 마친 업종이나 선도적으로 조정을 받은 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면서 "글로벌 유동성 확장 정책으로 상승했던 기존 주도주인 자동차나 반도체, 원자력 관련주는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