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세계화라는 외부의 '역풍'이고 다른 하나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진행된 투쟁적 노동운동과 대립적 노사관계라는 우리 내부의 '혼란'이다. 세계화가 노동수요 측면에서 일자리 문제를 악화시켰다면 투쟁적 노동운동은 노동공급 측면에서 일자리 문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고용 문제를 악화시키는 세계화의 역풍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고용사정이 좋았던 우리의 고용 문제가 급격하게 악화된 원인은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의 혼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근로자의 권익을 향상시켜야 할 노동운동이 오히려 일자리 문제를 악화시키는 모순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노동운동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이익을 강화하고 대기업 부문 근로자와 중소기업 부문 근로자 사이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운동은 위기다. 지금처럼 투쟁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보고 협력을 할 것인지 노동운동도 이제 결단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새로운 노선을 밟아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노동 전문가 3명이 《노동운동,상생인가 공멸인가》를 펴냈다. 이 책은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교수,한국노사관계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영기 박사,한국경제신문의 윤기설 노동전문기자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문제점,노동운동의 방향 등에 대한 열정적인 격론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투쟁적 노동운동이 사라져야 상생의 노사관계가 가능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며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이제 새로운 노선과 현실적인 목표,실용적인 노선을 좇아야 하며 노동운동 내부의 자기 혁신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왜 투쟁의 덫에 걸렸고 그 타성은 왜 바뀌지 않는가에 주목하면서 노조 내부의 계파가 노동운동을 정치이념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식인들의 노동운동에 대한 포퓰리즘적 태도가 노동운동을 망쳤다는 주장이 이채롭다.
작년 말 노동관계법 개정에 따라 올해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조합비로 지급하는 '노조자립시대'를 맞게 되고 내년 7월부터는 근로자들이 노조를 선택할 수 있는 '복수노조시대'가 열린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운동을 위축시키는 위협요인이자 노동운동에 대한 일반 국민의 호응을 끌어내는 기회 요인이다. 노동운동 내부 개혁의 지침서로 이 책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김태기 <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