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대학입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2009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활용을 강조하면서 관련 예산을 주요 대학에 지원한 바 있고,실제 각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한 전형은 대폭 늘어났다.

특히 수시전형에서 폭넓게 활용됐던 입학사정관제는 종래 대학입시의 주요 결정요소였던 수능성적,내신성적,논술시험성적에서 벗어나 학생들 개개인의 다양한 적성과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 결과 비교과영역에 대한 평가의 비중을 높이도록 해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한 대학들은 과거와는 다른 기준,다른 방식에 의한 학생선발을 하게 됐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성과 또한 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아직 입학사정관제를 불신하고 있다. 그것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적용 확대를 서두른 탓이 적지 않다.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입학사정관들의 능력과 권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입학사정관들의 대다수는 그 대학에 오래 봉직하다 퇴직한 교수들이나 입학과 관련한 전문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의 결정에는 권위가 실린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숫자가 충분치 못할 뿐만 아니라,그들의 경력과 권위는 아직 미국의 경우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이다.

또한 대학입시의 기본적인 메커니즘과 관련해 입학사정관들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도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중요한 조건이 된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에서 이른바 성적에 따라 줄세우기가 심했던 원인의 하나는 입시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입시부정의 방지를 위해 가장 객관적인 잣대인 수능,내신 등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게 됐던 것이다.

그러므로 입학사정관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성적에 못지않게 중요한 평가기준들이 있다는 점과 더불어,이에 대해 입학사정관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해 평가한다는 점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만일 입학사정관에 의한 전형의 결과가 여전히 성적순이라면 입학사정관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고,그 결과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입학사정관제는 실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은 대학입시의 방식에 따른 업무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2010학년도 입시처럼 수많은 수험생들에 대한 평가를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입학사정관의 활동에 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단지 그때만을 위해 입학사정관의 수를 대폭 늘리기도 어렵고,그렇다고 짧은 시간에 소수의 인력으로 대충 평가할 경우에는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입학사정관제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상의 몇 가지 조건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에는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오히려 대학입시의 왜곡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를 방치할 경우에는 입학사정관제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점은 명백하다.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중장기적 노력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확실한 인식 속에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할 것이다.

장영수 < 고려대 교수·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