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계에 시간을 맞추고 있는 호주중앙은행.'

호주중앙은행(RBA)이 지난 2일 열린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3.75%로 동결한 것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렇게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글렌 스티븐슨 RBA 총재가 회의 직후 회견에서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 수준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중국과의 교역이 호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작년 10월 이후 세 차례나 단행된 호주의 금리 인상 행진에 제동을 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차이나 리스크라는 설명이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 인스티튜트의 맬컴 쿡 동아시아 프로그램 담당 이사는 "호주는 중국 경기부양의 최대 수혜국"이라며 "호주 금융시장도 뉴욕보다는 상하이 금융시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3일 아시아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넘어 중국 인민은행을 쳐다보고 있다며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중국으로부터 정책 결정 요인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는 호주에 이어 태국 중앙은행도 다음 달 금리회의 때 미국보다는 중국과 같은 아시아 주요국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수출하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4일 금리를 연 6.50%로 동결한 것도 중국의 긴축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20%를 넘어선 한국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소재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매트 힐데브란트는 "중국의 통화 긴축과 위안화 평가절상 거부가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인 아시아 역내 중앙은행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FP는 중국이 금융시장과 경제를 더 개방할 때까지는 전반적인 영향력에서 미국에 뒤처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는 현재 분기마다 한 번씩 열리고 금리 인상과 같은 주요 정책 결정은 국무원(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