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실종·재정적자 늪…"EU는 27명의 소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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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주자 교통정리 안돼 국제무대 왕따 신세
이코노미스트誌 "경제난에 유로화 위상도 추락"
이코노미스트誌 "경제난에 유로화 위상도 추락"
"미국의 눈에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유럽의 상황이 과연 개선될 수 있긴 한 것일까.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
미니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 발효 이후 통합 유럽의 행보가 연신 삐그덕거리고 있다. 핵심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경제는 그리스와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연쇄 대형 재정적자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또 유럽 통합의 진전으로 발언권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국제사회에선 '누가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EU 27개국을 27명의 난쟁이들에 빗대 '릴리퍼트(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의 악몽'이 유럽을 휘감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나"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례 EU · 미국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불참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EU 이사회 순번의장국 정상을 유럽 대표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상대할 유럽 대표가 EU 이사회 순번의장국 정상인지 아니면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인지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10여년간의 혼선 끝에 리스본조약이 발효됐지만 유럽 대표에게 걸 전화는 한 통으로 줄어든 게 아니라 EU 상임의장,순번의장국 정상,EU 외교대표,주요 사안 해당국 원수 등 네 통으로 늘어나 버렸다"고 비꼬았다.
이는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한 단계 끌어올린 리스본조약에도 불구하고 EU가 내부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크다. 또 처음부터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롬파위 상임의장이 별다른 지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순회의장국들은 리스본조약 발효 뒤에도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각국 정상들과 외교무대에 서는 지위를 활용하길 원하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사분오열된 유럽은 지난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에 외면당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주장하는 유럽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둘만의 밀실협상을 통해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이에 따라 EU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주요 분쟁 지역에서 현실적인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최근 아이티 지진 구호 상황에서 프랑스가 옛 식민지인 아이티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유럽의 무력감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꼽힌다.
◆경제위기,집안단속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합 유럽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경제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유럽 각국에 재정적자의 유령이 맴돌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잠재 리스크가 되고 있으며 유로화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유로존의 지진아인 그리스는 최근 재정적자 위기 탈출을 위해 친정인 EU 대신 중국 정부에 국채를 사달라고 부탁하면서 EU의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EU가 그리스에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하고 EU 집행위가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승인하면서 위상 되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효과는 시원찮은 상황이다. EU 집행위는 3일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에 대해 '재정적자 감축계획이 이행되는지 철저히 감시 · 감독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지만 시장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실제 그리스 국채 금리(10년 만기 기준)는 EU의 감축안 승인 결정 이후에도 사상 최고 수준인 연 6.67%를 기록했다.
유럽개혁센터(CER)의 찰스 그랜트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의지를 국제무대에서 관철하려면 경제력이나 군사력 중 하나는 강력해야 하는데 유럽은 둘 모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미니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 발효 이후 통합 유럽의 행보가 연신 삐그덕거리고 있다. 핵심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경제는 그리스와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연쇄 대형 재정적자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또 유럽 통합의 진전으로 발언권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국제사회에선 '누가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EU 27개국을 27명의 난쟁이들에 빗대 '릴리퍼트(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의 악몽'이 유럽을 휘감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나"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례 EU · 미국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불참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EU 이사회 순번의장국 정상을 유럽 대표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상대할 유럽 대표가 EU 이사회 순번의장국 정상인지 아니면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인지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10여년간의 혼선 끝에 리스본조약이 발효됐지만 유럽 대표에게 걸 전화는 한 통으로 줄어든 게 아니라 EU 상임의장,순번의장국 정상,EU 외교대표,주요 사안 해당국 원수 등 네 통으로 늘어나 버렸다"고 비꼬았다.
이는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한 단계 끌어올린 리스본조약에도 불구하고 EU가 내부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크다. 또 처음부터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롬파위 상임의장이 별다른 지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순회의장국들은 리스본조약 발효 뒤에도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각국 정상들과 외교무대에 서는 지위를 활용하길 원하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사분오열된 유럽은 지난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에 외면당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주장하는 유럽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둘만의 밀실협상을 통해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이에 따라 EU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주요 분쟁 지역에서 현실적인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최근 아이티 지진 구호 상황에서 프랑스가 옛 식민지인 아이티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유럽의 무력감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꼽힌다.
◆경제위기,집안단속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합 유럽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경제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유럽 각국에 재정적자의 유령이 맴돌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잠재 리스크가 되고 있으며 유로화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유로존의 지진아인 그리스는 최근 재정적자 위기 탈출을 위해 친정인 EU 대신 중국 정부에 국채를 사달라고 부탁하면서 EU의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EU가 그리스에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하고 EU 집행위가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승인하면서 위상 되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효과는 시원찮은 상황이다. EU 집행위는 3일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에 대해 '재정적자 감축계획이 이행되는지 철저히 감시 · 감독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지만 시장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실제 그리스 국채 금리(10년 만기 기준)는 EU의 감축안 승인 결정 이후에도 사상 최고 수준인 연 6.67%를 기록했다.
유럽개혁센터(CER)의 찰스 그랜트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의지를 국제무대에서 관철하려면 경제력이나 군사력 중 하나는 강력해야 하는데 유럽은 둘 모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