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통상 무역 등 세계경제의 흐름이 심상찮다. '신(新)보호무역주의'가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가 어렵다. 아직도 수출과 교역 확대에 활로를 모색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요동의 진앙지는 미국과 중국 관계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 위안화 환율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아시아 국가의 환율 문제를 미국이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자국 돈 가치를 낮추는 정책으로 수출확대를 꾀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미국이 이를 자유로운 통상확대의 방해요인이라며 문제삼은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문제는 발언의 강도와 시점이다. G2로 위상을 굳혀가는 미 · 중 양국이 최근 갑자기 갈등 · 대립 국면에 들어서는 와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고강도 통상압력을 예고하고 보호무역 정책까지 강력 시사하면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파트너라 했던 중국을 맹공격하는 점이 주목된다.

올 들어 중국의 인터넷 검열 논란으로 구글이 중국 철수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양국 사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최근 며칠 사이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을 중국이 정면 비판했고,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라마 면담 계획을 밝히면서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제 환율과 통상문제로 대립 전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에 충격을 준 'G2리스크'는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의 금융규제였는데,G2리스크의 내용이 완전히 바뀐 형국이다. 미국발 도요타차 리콜 사태도 단순히 특정기업 제품의 하자문제 이상의 정책적 기류와 판단도 작용했다는 소식이니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단키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움직임뿐 아니라 중국의 향후 대응,중국 수출의 영향 여부를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유심히 봐야하는 이유다.

미 · 중간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경제의 안정뿐만 아니라 북핵문제의 해결에서도 양국의 공조는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별로 없다. 우리로서는 어느 쪽에서든 통상개방압력과 보호무역주의가 되살아나는 것부터 적극 대비하며,환율 갈등을 넘어 전면적인 경제전쟁과 같은 시나리오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