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여여,여야 간 정면대결이 펼쳐졌다. 답변에 나선 정운찬 국무총리도 의원들과의 설전을 불사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나라당 내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 불가피론을 폈고 친박과 야당은 일제히 부당성을 제기했다. 친이계인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행정도시특별법(세종시법)의 위헌 가능성을 거론하며 "총리실과 3분의 2가 넘는 중앙부처가 이전하게 되면 위헌소지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이전하지 않는 6개 부처만 명기하는 편법으로 합헌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위헌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의 유정복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을 위한 입법 시도가 없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이는 정치권에서 합의 처리했고 국민과 약속한 것은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언제까지 국회가 정부의 시녀가 돼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유 의원이 정 총리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말을 바꾼다며 "지금 연기하는 것이냐"고 몰아붙이자 정 총리는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것이냐"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 총리는 작심한 듯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정 총리는 "8년 전 세종시 문제가 터져나온 것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찬반 입장이) 달라져 안타깝다"며 한나라당 내 친박계를 직접 겨냥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원안이라는) 엉터리 기획을 만든 사람들뿐 아니라 마지못해 동의해준 사람들에게 책임 추궁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수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기업과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세종시 입주도 무산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업이 세종시에 오는 조건에 수정안 통과가 전제돼 있으므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삼성이나 한화 · 롯데 등 기업이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정범구 민주당 의원이 "세종로 정부청사가 온다고 해서 세종시라 한 것인데 안오게 됐으니 껍데기만 남은 것을 '운찬시'로 하거나 대통령의 이름을 따 '명박시'라고 하면 어떻겠는가"라고 말하자 "세종시 수정안이 껍데기가 아니라 원안이 껍데기라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장하는 '세종시 원안+α'에 대해서는 "행정부처 분할은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종시 수정안만으로도 세종시가 특혜의 블랙홀이 된다고 하는 상황에서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원안+α'는 불가능하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구동회 기자/김미리내 인턴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