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천수답 시대와 똑 같은 생각으로 정책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송파구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한 자리에서 쌀 소비 촉진 문제와 관련,"정부가 쌀을 싸게 공급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옛날에는 비가 오면 농사가 되고 비가 안 오면 농사가 안 됐기 때문에 보관을 오래 해야 했지만 지금은 천수답도 아니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며 "정부가 (비축미를) 3년간 보관했다가 싸게 내놓는데 미리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쌀을 3년간 보관하는데 보관료를 생각하면 (미리 내놓는 게)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하니까 그냥 정해진 대로 하는데 민간기업이 하면 원가나 보관료를 생각해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5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연간 쌀 보관료가 6000억원이나 되는데 이런 보관비용을 감안하면 묵은 쌀값을 낮춰 기회비용의 개념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는 등 쌀 재고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재고쌀 방출 물량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2005년산 쌀 14만t을 1㎏당 768원에,2006년산 16만t을 1㎏당 960원에 각각 방출하고 있다"며 "현재 쌀 가격이 1㎏당 2188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반값 이하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의 지시도 있고 해서 160여만t 중 적정 재고를 제외한 80여만t 가운데 공공비축미 등을 빼고 2007년,2008년산을 비롯해 묵은쌀 방출량을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일반 소비자는 묵은 쌀을 안 먹기 때문에 대부분 쌀가공업체로 공급하면 장기적으로 쌀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쌀가공식품 업체에 공급하는 쌀 원료를 장기적으로 현재의 쌀알이 아닌 쌀가루로 모두 대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CJ제일제당,대한제분,한국제분 등 국내 유수의 제분업체들과 접촉해 쌀 제분 사업 진출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