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에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우량회사가 나오려면 자본시장법 제정 취지에 맞게 규제 완화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4일 금융투자협회가 자본시장법 시행과 협회 출범 1주년 및 아시아투자자교육연맹(AFIE) 창립을 기념해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한 국제세미나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박 사장은 "금융위기로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격차가 축소된 지금이 한국 금융회사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좋은 기회"라며 "기회를 놓치기 전에 적극적으로 자본시장법의 취지를 살려 규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투자회사의 대형화와 종합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선 글로벌 IB(투자은행)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만큼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도 개회사를 통해 세계 각국이 규제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금융현실은 규제 완화를 통한 금융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자본시장법 시행 초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법의 본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자본시장법이 담고 있는 창의와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의 의미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전문가들도 정책적 뒷받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티븐 앨런 호주 맥쿼리그룹 리스크관리 부문 글로벌 헤드는 주제발표에서 "한국은 동북아 금융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막강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금융투자산업의 효율성을 증진하고 영업 비용을 줄이는 정책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