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감정노동이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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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때 상냥한 여승무원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묻습니다. 어쩌다 불쾌한 일이 생겨도 미소를 짓고,승객이 웨이트리스 취급을 해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하늘의 천사'죠.
그런데 이들에게는 '감정'이 없는 걸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앨리 러셀 혹실드가 최근 번역된 《감정노동》(이매진 펴냄)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했습니다. 그는 이들의 감정 조절이 회사로부터 '요구받은 결과'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입사 면접을 볼 때부터 긍정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면서 합격했지요. 회사 측도 연수 과정이나 업무 현장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이들의 분노를 어떻게 감출 것인지만 가르칠 뿐 감정을 해소하는 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감정노동은 감정과 기분,느낌까지 조절해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일이지요. 머리를 많이 쓰는 정신노동이나 몸을 주로 쓰는 육체노동보다 훨씬 복잡한 노동입니다. 특히 서비스업의 '감정노동' 강도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조직적으로 설계되고 위로부터 철저히 관리되는 대상이기도 하지요.
승무원과 달리 채권 추심원들은 어떨까요. 그의 사례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직업상 불친절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무조건 거짓말을 한다고 전제하고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아야 '유능한' 사람들이죠."불안감을 더 조성하라"는 상사의 꾸지람을 듣기도 합니다.
이들 모두가 감정노동자인데 '감정의 출구'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이들은 '자아 재정의'나 '직업과의 자아 분리'를 통해 자신을 지키려 하지요. 직장에서 '연기하는 자아'가 '진짜 나'는 아니라고 믿으면서 냉소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직업상 필요하므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자존감을 지키려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모두가 항공 승무원이자 추심원입니다.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웨이트리스나 웨이터,고객들이 환영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여행 가이드나 호텔 직원,'잘나가는 제품'이라는 확신을 주는 영업사원….오늘부터라도 마음의 거울에 비춰보고 싶어집니다. 내 속에 있는 승무원과 추심원의 표정은 어떤가 하고 말입니다.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그런데 이들에게는 '감정'이 없는 걸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앨리 러셀 혹실드가 최근 번역된 《감정노동》(이매진 펴냄)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했습니다. 그는 이들의 감정 조절이 회사로부터 '요구받은 결과'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입사 면접을 볼 때부터 긍정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면서 합격했지요. 회사 측도 연수 과정이나 업무 현장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이들의 분노를 어떻게 감출 것인지만 가르칠 뿐 감정을 해소하는 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감정노동은 감정과 기분,느낌까지 조절해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일이지요. 머리를 많이 쓰는 정신노동이나 몸을 주로 쓰는 육체노동보다 훨씬 복잡한 노동입니다. 특히 서비스업의 '감정노동' 강도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조직적으로 설계되고 위로부터 철저히 관리되는 대상이기도 하지요.
승무원과 달리 채권 추심원들은 어떨까요. 그의 사례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직업상 불친절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무조건 거짓말을 한다고 전제하고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아야 '유능한' 사람들이죠."불안감을 더 조성하라"는 상사의 꾸지람을 듣기도 합니다.
이들 모두가 감정노동자인데 '감정의 출구'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이들은 '자아 재정의'나 '직업과의 자아 분리'를 통해 자신을 지키려 하지요. 직장에서 '연기하는 자아'가 '진짜 나'는 아니라고 믿으면서 냉소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직업상 필요하므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자존감을 지키려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모두가 항공 승무원이자 추심원입니다.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웨이트리스나 웨이터,고객들이 환영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여행 가이드나 호텔 직원,'잘나가는 제품'이라는 확신을 주는 영업사원….오늘부터라도 마음의 거울에 비춰보고 싶어집니다. 내 속에 있는 승무원과 추심원의 표정은 어떤가 하고 말입니다.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