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지만 주식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연초 거침없는 상승세로 17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금융 규제,중국의 긴축 가능성,그리스 등 유럽회원국의 신용위험 확산 등 '3대 리스크'로 한때 1500대로 추락했다.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이들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잠복 중인 데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 추세 전환을 논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당분간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분간 신중한 투자전략 필수

코스피지수가 최근 간간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며 맥없이 밀리고 있다. 작년처럼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업종과 종목도 뚜렷하게 눈에 띄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작년 이후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1일까지 꾸준히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으나,그 이후부터 지난 4일까지는 9396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들이 간혹 매수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버텨 내기엔 역부족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뚜렷한 수급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 개선이 선행돼야만 주가가 의미있는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며 "국내 경기 모멘텀이 이미 정점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 경제지표의 뚜렷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긴축 우려감이 커져 투자 심리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가가 기술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공격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권고했다.

◆경기방어주 · 저평가주 관심 높여야

대우증권은 당분간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경기회복 모멘텀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가 1분기 중 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는데,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경기상승 국면의 막바지에는 경기방어주의 수익률이 좋았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경기방어주 중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10%를 웃돌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 한국전력 KT 한미약품 동원F&B 아모레퍼시픽 CJ제일제당 등을 추천했다.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현수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들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저평가 가치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여전하기 때문에 2월에도 가치주들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IBK투자증권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실적 전망이 양호한 종목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호남석유화학 종근당 등을 제시했다.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높을수록 향후 실적전망이 확실시되는 종목으로 투자 범위를 압축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대신증권은 하이닉스 삼성SDI 등 IT주와 우리금융 외환은행 등 금융주를 추천했다.

이종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IT업종은 주당순이익(EPS)이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업종은 업황 사이클상 턴어라운드가 확실하고 중국의 춘절 이후 수요가 견조하다는 것만 확인되면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업종 역시 EPS 상향추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업종 PER도 10배 이하여서 저평가 매력이 돋보인다"고 진단했다.

◆조정장에선 ELS도 대안

조정이 상당부분 진행돼 추가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기대가 있고,동시에 반등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는 주가가 상승해야만 수익을 낼 수 있지만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ELS는 주식시장이 횡보하거나 약보합세를 보일 때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월 전년동기 대비 4배가량 늘어난 995억원어치의 ELS를 판매했고,한국투자증권 역시 3배가량 증가한 804억원어치를 팔았다.

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상품지원부 차장은 "ELS는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상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각 기초자산의 성격과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원금비보장형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원금비보장 수준을 하회하게 되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원금손실 조건에 대해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