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부문에서 발생한 위기는 정부가 해결하면 됩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국은 재정이 튼튼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파산 위기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부도를 내지 않으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지만 민간 부문이 불황에 빠지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 남은 방법은 해외에서 돈을 빌려오거나,중앙은행이 돈을 더 찍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에 의존하거나,인플레이션을 감내해야 합니다.

최근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각각이 독립국이지만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쓰고 있습니다. EU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EU 회원국들은 모두 적자재정 상태여서 위기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EU 회원국들의 파산 가능성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물가상승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난 주말 글로벌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부수 효과도 있습니다. 재정위기로 유로화 가치가 최근 두 달 사이에 10% 정도 떨어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요란하게 환율 전쟁을 벌이는 사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경제대국들이 슬며시 영토를 차지한 형국입니다.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 등의 처지가 워낙 딱해 미국은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달러 가치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이 소비를 더 해야 하는 구조를 어떻게 뜯어고칠지 미국은 심각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도요타 리콜 사태의 결말도 변수입니다. 미국산 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미국이야 좋겠지만,일본의 전반적인 위상 추락으로 귀결될 경우 엔화 가치가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동차 이외 분야에서 미국의 대일(對日)무역적자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바짝 독이 올라 있는 국가들이 많아져 반덤핑이나 특허분쟁,소송 등 무역 마찰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