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긴축에 유럽 재정위기…G3 리스크 부각

중국과 미국, 유럽을 넘나드는 해외발(發) 악재에 국내증시의 상승 축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까지 증시를 이끈 동력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기업이익 개선과 맞물린 경기회복 등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유동성을 기반으로 외국인의 '바이코리아'가 주효했다.

이런 기반들이, 연쇄적인 악재들로 하나씩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주 불거진 유럽발 재정위기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경기회복세 둔화를 모두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G3 리스크…증시기반 균열?

6일 증시 전문가들은 이른바 'G3 리스크'(중국 긴축, 미국 은행규제, 유럽 재정위기)로 유동성과 경기 회복이라는 증시의 상승동력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미국발 악재는 과잉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과 직결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12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9개월 만에 0.5%포인트 전격 인상했고 26일에는 신규대출이 많은 4개 상업은행의 지준율을 추가로 0.5%포인트 높였다.

같은 달 29일에는 인도의 지준율 인상조치가 뒤따랐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본격적인 유동성 흡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출구전략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초강도 금융규제책이 유동성 위축 우려를 자극했다.

상업은행에 대한 규제가 진행되면 달러 유동성에 압박을 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외국인 수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반을 동시에 허물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될 경우 파괴력이 크다.

재정 적자가 크다는 것은 더는 공격적인 재정지출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여전히 민간소비가 미약한 상황에서 추가 재정지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기회복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저금리 요인이 점차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정위기가 현실화하면 증시를 이끌었던 동력 가운데 '경기회복'이라는 큰 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유럽 재정위기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의 국채위험이 국가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지면 유로가 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캐리 자금의 청산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출된 리스크"…낙폭 만회 가능성

이 같은 해외발 리스크에 시장이 단기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선 중국의 긴축조치는 가파른 경기회복에 따른 자산버블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뚜렷한 악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일련의 유동성 규제를 취했지만, 실물경기와 관련이 높은 인프라 투자 등에는 중장기 대출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융개혁안은 실현 가능성에서 의문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말 연두교서에서 금융개혁안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미국 의회 내에서 월가를 지지하는 의견이 적지않아 원안대로 법제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내용인데다 유로존 내에서 자체 해결될 가능성이 크기에 국제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영증권의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리먼 사태'는 파생금융상품을 중심으로 한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었지만, 유럽의 재정적자 위험은 모두 드러난 것"이라며 "유로권 내에서도 자금지원을 할 수밖에 없기에 해결의 순서가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투자심리가 너무 악화하다 보니 증시가 급하게 떨어졌다"며 "강한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기는 어렵겠지만 가파르게 하락한 부분은 일부 회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영국 FTSE100 지수(-1.53%), 독일 DAX지수(-1.79%), 프랑스 CAC40지수(-3.40%) 등 유로존 주요지수는 급락세를 이어갔지만, 미 다우지수는 저가매수에 힘입어 0.10% 반등에 성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이준서 신창용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