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0년 새해 국정연설에 대한 미국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연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언급이었다. 미국은 아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들과 더욱 강력한 무역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꼽았고,이어 파나마 콜롬비아를 지적했다. 이 세 나라를 언급한 것은 현재 이들과의 FTA 인준안을 하원 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깔고 앉아 본회의에 상정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전례를 보면 경기 침체 때 FTA 같은 무역 법안이 통과된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부터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것이고,한 · 미 FTA는 이미 두 나라가 협의와 서명을 마친 상태에서 마지막 단계로 국회의 인준만 받으면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통과 전망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걸림돌은 한국 국회의 무관심이다. 4대강 사업,세종시 등을 놓고 죽기살기로 싸움을 하고 있지만 한 · 미 FTA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 FTA는 우리 국회가 먼저 통과시키고 이를 미국 의회에 보내야 한다. 우리가 솔선수범하지 않는데 미국이 나설 이유는 없다.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국내총생산의 87%에 이른다. 우리가 먼저 통과시키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FTA 인준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이라면 실로 유감이다.

두 번째는 오바마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 의장의 반대다. 민주당은 원래 노조를 옹호하는 정당이기에 FTA 반대는 놀랄 일이 아니다. 다행히 오바마는 펠로시 의장의 반대보다는 훨씬 온건하다. 자동차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만 언급했지 한 · 미 FTA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중간선거가 있는 올해 미국에서 한 · 미 FTA를 통과시키려면 우선 오바마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을 제쳐 놓고 직접 지역구를 통해 민주당 의원들을 접촉하는 길밖에 없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공조,민주당 의원 20명 정도를 정해 그들의 지역구에서 정치자금 모금 및 선거 운동을 하고 지역구 기업인들에게 한 · 미 FTA가 그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하면 된다. 이걸 풀뿌리 캠페인(Grassroot Campaign)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면 20표 확보는 별로 어렵지 않다. 민주당에서 40표가 필요하지만 나머지 20표 또는 그 이상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서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나 농축산물이 주 생산물인 지역구는 이미 상당 정도의 농축산물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역구를 가진 민주당 의원들은 FTA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오바마와 펠로시가 정치생명을 걸고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설득했던 건강보험 개혁안이 2표 차이로 간신히 하원을 통과했다는 점이다. 한 · 미 FTA에 대한 반대 정도나 지역구의 이익에 민주당 의원들의 표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 · 미 FTA는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다만 모금운동 등 FTA 통과 캠페인은 오직 한인교포들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개입했다가는 미국 의원을 매수한다는 오해와 연방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 미 FTA는 늦어도 내년 이른 봄 안에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