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風 시달리는 증시…美·日보다 더 빠져
한국 증시가 연이은 외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은행 규제 방침, 중국의 잇단 유동성 긴축에 이어 유럽 4개국(PIGS)의 재정적자 우려가 터져나오면서 코스피지수는 10여일 사이에 160포인트나 떨어지며 저점을 계속 낮추고 있다.

특히 올 들어 한국 증시는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주요 증시에 비해 낙폭이 더 크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해외 악재에 외국인이 민감하게 반응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재정위기 등 해외 악재의 여진이 남아 있어 당분간 국내 증시는 외풍에 휘둘리는 변동성이 큰 장세를 연출하겠지만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단기 급락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는 가격 매력이 커져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럽 공포지수 작년 11월 수준으로 급등

유럽 재정 리스크 부각으로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포지수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럽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의 VSTOXX는 지난 4일 3.86포인트 급등한 29.27로 높아진 데 이어 5일에는 30.55로 30선을 넘어섰다. 작년 11월2일(30.98)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가 상승하면 향후 1개월간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의 공포지수(VIX)도 지난 4일 26.08로 하루 만에 4.48포인트 급등한 데 이어 5일에도 0.03포인트 오른 26.11을 기록했다. 이는 1월22일(27.31) 이후 최고치다.

한국거래소의 VKOSPI 역시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5일 전날보다 1.89포인트 오른 22.71을 기록,이달 들어 최고치로 높아졌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지난 1월22일 이후 최대다. 이 지수는 증시가 1월 랠리를 펼치던 지난달 20일엔 18.06까지 떨어졌으나 미국 중국 유럽 등 G3 리스크에 다시 20선으로 올라갔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각국의 공포지수가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PER 낮아져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6.87% 떨어진 1560선으로 지난해 11월 초 수준으로 밀렸다. 미국(-3.98%) 일본(-4.63%) 영국(-6.50%) 등 주요 선진 증시보다도 하락률이 크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당수 외국인은 금리가 낮은 달러를 한국 등 아시아 증시로 들여와 주식을 매매하는 '캐리 트레이딩'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악재가 나올 때마다 급하게 자금을 빼는 경우가 많아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의 해외 악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증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김 팀장은 "미국 은행 규제는 당장 실현되기 어렵고 중국의 긴축정책은 이미 예견됐던 수순"이라며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험도 해당 국가의 자구 노력과 함께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지원에 나설 경우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급락으로 한국 증시의 가격 매력이 살아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향후 12개월 실적 기준 한국증시의 PER는 작년 말 10.2배에서 지난 5일 9.7배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미국은 14.3배에서 14.5배로 소폭 상승했고 일본은 19.3배에서 19.0배로 소폭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연이은 해외 악재로 주요국의 '출구전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지난해 8월부터 먼저 조정에 들어간 중국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회복할 경우 글로벌 증시도 동반 반등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김동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