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인력을 늘린다고 해놓고는 연구원을 오히려 비연구 부서로 발령내다니…."

'한국 스포츠 과학의 산실' 체육과학연구원(KISS)이 최근 단행한 인사로 설설 끓고 있다. KISS 내 스포츠과학연구실의 한 연구원이 상급 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에 대해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예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일정 기간 있다가 다시 연구원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공단 본부에서 일하면 체육과학연구원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사실 새로 담당할 업무가 제 전공하고는 맞지 않지만 상부의 요청이 있어서 맡게 됐다"며 말을 흐렸다.

국가대표선수들의 과학적 지원을 담당하는 스포츠과학 연구실의 연구원은 17명.연구원 한 명이 3~4개 종목을 맡고 있다. 미국,일본,중국의 관련 연구원에서 한 종목을 3~4명의 연구원이 맡는 것과 하늘과 땅 차이다. 정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엘리트 체육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고 체육과학연구원의 인력을 늘려 연구원 1인당 1개 종목을 전담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약(空約)에 그쳤다. 체육과학연구원 관계자는 "인건비 등의 문제로 연구원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 관련 예산도 10% 이상 삭감돼 당분간 연구원을 늘리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낙후된 연구원 건물과 기자재도 연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로 개원 30주년을 맞는 체육과학연구원은 개원 당시 기자재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땅을 빌려 쓰기 때문에 건물 리모델링도 할 수 없다.

일본체육과학연구원(JISS)이 저산소 훈련시설 등 각종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고,중국체육과학연구원(CISS)이 3차원 영상분석 시스템 등을 착착 늘려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는 연구원의 심정은 착찹할 수밖에 없다. 한 연구원은 "외국보다 시설도 낙후되고 연구원도 부족하지만 선수,코치 등 현장 체육인들과의 신뢰는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라며 에둘러댔다.

과학이 스포츠 성적 향상과 직결 된 지 오래다. 더 이상 연구원들의 열의만으로는 스포츠 강국을 꿈꿀 수 없다. '제2의 장미란,박태환'등을 탄생시키 위해 스포츠 과학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김주완 문화스포츠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