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가 63년 동안 휘둘러온 노무인력 채용독점권을 포기했다는 소식이다. 인력 채용을 둘러싸고 거액의 뇌물이 오가는 등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을 개선(改善)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항운노조가 노무 인력 채용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면서 전직 위원장들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해 줄줄이 구속되는 등 부패와 비리가 만연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인 까닭이다. 항운노조는 인력 선발 방식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의 추천으로 뽑는 현행 제도를 노 · 사공동의 상설기구를 통한 공개채용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항운노조인력 공채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 하역별 노조는 물론 사측인 항만물류협회와 항만산업협회 등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부산항운노조의 결정은 구조적 인사비리 척결을 위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도 그러하지만, 노동계에 확산되고 있는 합리적 노동운동 추구 움직임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사실 주요 기업 노조들 사이에서는 요즘 집단이기주의를 벗어나 노사 협력과 상생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툭하면 파업을 벌여 강경투쟁의 대명사로 통해온 현대차노조의 경우 지난해 지도부가 온건파로 바뀐 데 이어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었다. KT노조는 인력구조조정을 제안해 회사측에 운신의 폭을 넓혀줬고, 현대중공업노조는 전임자 수 줄이기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LG전자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노조 또한 사회적 기여를 할 책임이 있다고 선언하면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 헌장'을 선포하기도 했다.

무리한 정치파업과 강경일변도 투쟁, 집단이기주의는 버려야 할 유산(遺産)임이 분명하다. 과격한 노동운동이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의 움직임이 선진노사문화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와 사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