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허구 넘나든 추억의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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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16번지' 개관 오용석展
국내 최대화랑인 갤러리 현대(대표 도형태)가 창고로 쓰던 서울 사간동 16의 2층 주택 건물을 개조해 갤러리 '16번지'를 개관,영상 설치 작가 오용석씨(33)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오씨는 그동안 영화 장면의 일부와 사진을 교묘히 짜깁기해 마치 하나의 풍경인 양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영상 설치 작가다. '클래식'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기존에 존재하던 어떤 장면과 함께 아예 작가가 새로 만든 장면을 기존 사진과 합성하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을 취한 근작 10여점을 출품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작가의 기억속 편린을 무대 장치처럼 재현한 영상 설치 '클래식 No.1978'.1978년 찍은 작가 본인의 사진 한 장을 소재로 사진이 찍힐 당시 기억을 다시 살려내 사진에 찍히지 않은 프레임 밖 당시의 공간을 재구성해냈다.
작가는 TV가 놓인 나무 장을 만들고 로터리식 TV도 구했다. 장난감도 어디선가 구해왔고 책상 위에는 당시 나온 책들을 구해 배치한 뒤 원래 모티브가 된 사진을 중심으로 이 모든 것을 정교하게 배치해 하나의 장면으로 조합했다. 오른쪽 벽에는 누군가의 교련복 바지가 걸려 있고 앉은뱅이 책상에는 책과 각종 잡동사니가 산만하게 놓여 있다. 그 결과 관람객이 보는 화면은 완전한 사실도,완전한 허구도 아닌,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섞인 새로운 세상이다. 스틸 작품인 듯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 한가운데 움직이는 영상도 보인다.
'클래식 No.1978'처럼 영상과 설치를 결합한 신작 외에 지난해 갤러리 현대 신관에서 열린 '가상선' 전에 출품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28일까지.(02)722-350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