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산지에서 원료를 공급받는 '아리따운 구매'의 첫 협약을 지난 4일 제주 동백마을과 맺었다. 동백마을은 방풍림인 동백나무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게 됐다. 다른 원료도 많은데 첫 협약 대상으로 동백을 택한 이유는 뭘까.

동백과의 인연은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회장의 모친 윤독정 여사(1891~195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윤 여사는 1930년대 개성에서 가내수공업으로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았고,이것이 아모레퍼시픽의 효시가 됐다. 동백기름은 아주까리기름(일명 피마자)이나 꿀에 참기름을 섞어 만든 왜밀기름보다 비쌌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윤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냄새가 나지 않고 때가 잘 끼지 않기 때문.

윤 여사는 개성의 기름시장에서 머릿기름 만드는 법을 익힌 뒤 1932년부터 동백기름을 짜서 판매했다. 잣 모양으로 생긴 동백나무 열매 껍질을 빻은 뒤 가루를 기름틀에 넣고 압착해 기름을 짜냈다. 윤 여사는 동백기름 장사가 잘 되자 미안수(美顔水),구리무(크림),백분(가루분) 등 품목을 늘려갔고 가게에 '창성상점(昌盛商店)'이란 간판을,제품엔 '창성당제품'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아들인 서성환 회장이 1945년 창성상점을 '태평양상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이 탄생한 것.

현재도 동백과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설화수' 동백 윤모오일,동백을 원료로 한 '이니스프리' 매직 플로랄 라인 등을 내놓고 있다. 2006년 지주회사를 출범하면서 새 엠블럼에 동백 모양을 담았고 지난해부턴 제주도 서광다원에 동백숲을 가꾸고 기름틀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