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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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학습기억 연구소는 작년 여름,인간은 실패가 아닌 성공에서 배운다고 발표했다. 원숭이 실험 결과 뇌의 정보처리 활동이 성공 뒤에만 개선되더란 것이다. 그래서인지 말로는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대부분 성공 사례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영원한 1등은 없고,한때의 최고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널드 토인비는 이를 '휴브리스(Hubris,어떤 일에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함으로써 결정적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뜻)' 탓이라고 정의했다.
성공의 덫이란 얘기다. 무엇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던 승자를 졸지에 패자로 만드는가. 잭디시 세스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배드 해빗(Bad Habit · 성공한 기업의 7가지 자기파괴 습관)'이란 책에서 승승장구하던 기업의 추락 이유로 무의식 중 생겨나는 7가지 습관을 꼽았다.
현실 부정,오만,타성,핵심역량에 대한 지나친 의존,근시안적 사고,규모에 대한 집착,구성원의 영역 의식 등이 그것이다. 세스 교수는 특히 오만과 완고함에서 비롯되는 변화에 대한 외면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안팎의 소리에 귀를 막을 때 조직은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일본의 '실패학' 제창자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도 같은 이론을 편다. 불의의 사고는 없는 만큼 평소 주의깊게 살피고 문제를 찾아 빨리 대처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지만 눈앞 이익에 연연해 시장의 경고를 외면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 제조업의 우상이자 벤치마킹 대상이던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로 위기를 맞았다. 3년 전 브레이크 이상을 보고받고도 손을 쓰기는커녕 무시한 게 사태를 키웠다고 한다.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을 놓고 현대와 기아자동차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리스 등 재정 적자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유럽 각국의 사정 또한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하나의 대형사고 전엔 29개의 작은 사고와 300개의 잠재적 사고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무슨 일에든 징조가 있고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기업과 정부 모두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작은 징후들을 무시하거나 갈택이어(竭澤而魚,연못을 말려 고기를 얻다)식 밀어붙이기는 없는지 들여다볼 일이다. 개인도 같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그러나 영원한 1등은 없고,한때의 최고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널드 토인비는 이를 '휴브리스(Hubris,어떤 일에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함으로써 결정적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뜻)' 탓이라고 정의했다.
성공의 덫이란 얘기다. 무엇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던 승자를 졸지에 패자로 만드는가. 잭디시 세스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배드 해빗(Bad Habit · 성공한 기업의 7가지 자기파괴 습관)'이란 책에서 승승장구하던 기업의 추락 이유로 무의식 중 생겨나는 7가지 습관을 꼽았다.
현실 부정,오만,타성,핵심역량에 대한 지나친 의존,근시안적 사고,규모에 대한 집착,구성원의 영역 의식 등이 그것이다. 세스 교수는 특히 오만과 완고함에서 비롯되는 변화에 대한 외면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안팎의 소리에 귀를 막을 때 조직은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일본의 '실패학' 제창자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도 같은 이론을 편다. 불의의 사고는 없는 만큼 평소 주의깊게 살피고 문제를 찾아 빨리 대처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지만 눈앞 이익에 연연해 시장의 경고를 외면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 제조업의 우상이자 벤치마킹 대상이던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로 위기를 맞았다. 3년 전 브레이크 이상을 보고받고도 손을 쓰기는커녕 무시한 게 사태를 키웠다고 한다.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을 놓고 현대와 기아자동차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리스 등 재정 적자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유럽 각국의 사정 또한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하나의 대형사고 전엔 29개의 작은 사고와 300개의 잠재적 사고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무슨 일에든 징조가 있고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기업과 정부 모두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작은 징후들을 무시하거나 갈택이어(竭澤而魚,연못을 말려 고기를 얻다)식 밀어붙이기는 없는지 들여다볼 일이다. 개인도 같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