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회사와 전자업체들이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서비스와 제품을 쏟아내며 '반(反)애플 동맹'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10일께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모토로라의 '모토로이폰'을 출시한다. 삼성전자도 당초 계획을 크게 앞당겨 이르면 이달 말 안드로이드폰을 내놓는다. LG전자도 5월께 이 진영에 합류한다.

해외에서도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HTC 등 휴대폰 업체는 물론 델,에이서 등 PC업체들까지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았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버라이즌은 지난해 말 아이폰을 유통하는 AT&T에 맞서기 위해 구글과 손을 잡았다. 안드로이드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한 공동 연구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애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구글 동맹'의 움직임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내놓을 스마트폰 서비스의 80%를 안드로이드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LG 등도 스마트폰 단말기의 절반 이상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한다. 단말기를 혼자 만들고 이를 유통하는 이통사에도 여러 제약을 주는 애플에 비해 응용 비즈니스를 펼칠 기회가 많다는 게 국내외 업체들이 구글과 손을 잡는 이유다. 애플 중심의 스마트폰 판을 뒤엎을 카드로 안드로이드를 선택한 것이다.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는 OS 소스를 외부에 공개,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제조회사나 콘텐츠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에 새로운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도 있다. SK텔레콤,KT 등은 올해 내놓을 안드로이드폰에서 자사의 'T' '쇼'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팔던 아이폰을 조금도 수정하지 못하고 들여온 것과는 영 딴판이다.

지난해부터 관련 제품이 나온 북미에서는 이미 안드로이드폰 바람이 거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북미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폰 판매량이 아이폰(100만대)을 웃돌았다"고 전했다. 시장조사 기업 로아그룹 코리아는 올해 185만대로 예상되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 비중이 4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6.1%의 아이폰 비중보다 2.7배나 큰 규모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이어 올 하반기 넷북,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크롬 OS도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모바일 기기 시장 전반으로 발을 넓힌다는 전략에서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애플보다 개방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구글이 더 무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안정락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