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있는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금호 대주주가 경영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경고,구조조정방안이 고비를 맞았다. 민 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호그룹 오너 일가를 겨냥,"상당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신규자금 준다는데 담보제공 거부하나

민 회장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이번 주말까지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호산업의 1차 부도는 물론 협력업체들까지 연쇄 도산위기에 처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지난주 금호산업에 28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키로 결의했지만 전제조건인 대주주 지분의 담보 제공과 의결권 위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 회장은 "금호 오너 일가에 보유 계열사 주식 처분 위임권을 7일까지 넘기라고 통보했지만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자금이 들어가지 못하면서 직원들 월급도 못주고 상거래채권도 결제를 못하고 있다"며 "설 이전까지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자금이 집행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 중단과 협력업체 부도로 이어진다.

민 회장은 "채권단은 손실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겠다는데 정작 주주들은 책임이행을 하지 않고 손해규모를 계산해보고 있다"며 "대주주가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데 입장이 거꾸로 됐다"고 지적했다.

◆채권단,기존 합의 철회할 수도

산업은행은 금호 오너 측에 제시한 7일의 데드라인을 넘긴 만큼 기존에 합의한 구조조정 방안의 철회 내지는 전면적인 재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당초 자율협약을 통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려던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도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통한 감자(減資 · 자본금 감소),출자전환 등을 통한 대주주 지분 박탈까지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3년에서 최장 5년까지 제시했던 경영권 보장 등의 약속도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당초 채권단은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는 자율협약을 통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의미로 워크아웃에서 제외해주고 대주주 책임 이행을 조건으로 1년간 채무만기 연장과 3년간 경영권 보장도 약속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제 약속을 이행하더라도 원안대로 가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금호 일가,내부의사 소통 단절상태

민 회장이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채권단에서는 박삼구 금호 명예회장이 아닌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고(故) 박정구 전 금호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금호그룹 경영전략 부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의 요구에 승복한 반면 박 전 회장과 박철완씨는 금호의 경영실패에 책임이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협조 없이 금호의 구조조정과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박삼구 회장이 동생인 박 전 회장 등에 대한 설득은커녕 대화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금호 측 관계자는 "오너들이 채권단과 직접 협상하고 있고 회사 차원에서 움직여 볼 여지가 없다"며 "현재로선 채권단과 대주주 결정을 지켜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시일 걸릴 듯

대우건설 처리와 관련,민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FI) 17곳 중 2~3곳이 아직 정상화 계획에 합의하지 않았다"며 "만장일치로 합의가 안되면 법정관리로 가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 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팔리더라도 금호산업에 자금이 유입되기는 어렵다"며 "지금 판단하기보다는 금호산업 등의 채권단 합의,출자전환 등의 구조조정 과정을 전반적으로 지켜보고 결정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민 회장은 "금호 정상화 계획은 이달 말까지 큰 그림을 마련해 3월 말까지 세부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