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DTI前 넘어..일반아파트와 가격차도 커져
전문가들 "추격 매수 가능성 희박..`대세상승' 회의적"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최근 `나홀로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이후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뒤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단지만은 작년 연말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시가총액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재건축 단지와 일반 아파트와의 가격 차도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의 상승세는 국지적인 현상으로, 재건축 시장의 `온기'가 전반적인 아파트 매매시장으로 퍼지며 `대세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강남 재건축 시가총액 DTI 이전 넘어 =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상승세는 시가총액 추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7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ㆍ강동ㆍ서초ㆍ송파 등 강남권 4개구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8만3천여가구의 시가총액은 이달 5일 현재 80조3천842억원으로 집계됐다.

DTI 확대시행 직전인 작년 9월 초에는 79조9천148억원이던 강남권 재건축 시가총액은 대출규제 확대 이후 수도권 매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두 달 후인 11월 초에는 79조4천289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3개월 만에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회복하면서 DTI 이전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서초구와 강동구 등 재건축 사업추진에 진전을 보인 단지들이 위치한 지역의 시가총액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9월 초 재건축 시가총액이 23조517억원이던 서초구는 DTI 한파가 한창이던 11월 초에도 23조6천8억원으로 올랐고, 올해 2월 현재는 23조7천988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동구는 작년 9월 13조3천497억원에서 11월에는 13조1천136억원으로 떨어졌다가 올해 2월 들어서는 13조4천765억원으로 DTI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재건축-일반아파트 가격차 커져 =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일반 아파트 매매시장의 회복세는 더디게 나타나면서 재건축 단지와 재건축 이외 아파트의 가격차이도 커지고 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이달 5일 현재 서울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의 3.3㎡당 가격을 조사한 결과 재건축 아파트는 3천403만원, 일반 아파트는 1천735만원으로 나타났다.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의 가격차는 1천668만원으로 1년 전인 작년 2월의 1천148만원(재건축 2천819만원, 일반 1천671만원)에서 45.2%나 증가했고 2008년 2월의 1천611만원(재건축 3천285만원, 일반 1천674만원)도 넘어섰다.

구별로 재건축과 일반아파트 간의 가격차가 가장 큰 곳은 강동구로 1천580만원에 달했다.

강동구 재건축은 3.3㎡당 3천152만원, 일반아파트는 1천572만원이었다.

이어 강남구의 가격차가 1천103만원(재건축 4천328만원, 일반 3천225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송파구는 1천20만원(재건축 3천383만원, 일반 2천363만원)이었다.

◇대세상승은 `글쎄' =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는 국지적인 현상이어서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업 추진이 가시화된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되고 정부의 규제완화 가능성 등 정책 변화 기대감에 힘입어 호가가 오른 것에 따른 일종의 '착시현상'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가 대부분 중층으로 수익성이 크게 나아질 가능성은 적은 반면, 가격은 오를 만큼 오른 상태이고 대출규제 완화 가능성도 불투명해 추가 가격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작년에 DTI 규제가 확대 이후 거래 부진으로 호가가 하향조정됐다가 최근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값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 것이지 실제 거래가가 올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현재 가격에 실제 거래가 이뤄질지가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도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사업속도가 빨라진 일부 단지에 한정된 현상으로 그나마도 아직은 호가 위주로 파악되며 이같은 상승세가 추격매수를 불러일으켜 전반적인 대세상승을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최근 단지별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시세가 상승하고 있지만 재건축아파트는 투자성격이 강해 경기와 규제여하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사업용적률, 추진 일정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매입의사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