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쿨러닝'의 소재였던 봅슬레이는 여전히 낯선 동계스포츠 종목이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단체전(4인승)에 출전한다. 2회 연속 동계올림픽 개막식 기수로 뽑힌 강광배(37 · 강원도청)가 이끄는 봅슬레이팀은 멋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국내 동계올림픽 '썰매'의 역사는 강광배의 올림픽 도전사에 다름 아니다. 그는 선수층이 얇아 감독 겸 선수로 뛰면서 김정수(29) 송진호(27 · 이상 강원도청) 이진희(26 · 강릉대) 김동현(23 · 연세대) 등과 함께 처음으로 올림픽 봅슬레이 출전권을 따냈다. 2009~2010 시즌 봅슬레이 국가별 랭킹포인트에서 15위를 차지한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권을 노릴 정도의 실력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롯데백화점이 1억여원을 지원하고,기아자동차도 차량을 제공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지원사격'이 든든하다. 게다가 1억2000만원 상당의 새 봅슬레이도 마련,아시아 최강 자리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의지의 사나이' 강광배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일본) 때 루지 선수로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섰고,'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미국)과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이탈리아)에서는 스켈레톤 선수로 참가했다. 이번에 봅슬레이까지 추가,세계 최초로 썰매 3종목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로 남게 됐다.

강광배는 대학 시절 전국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는 '지역구 선수'였다. 무주리조트에서 스키 강사를 하던 대학 3학년 때 슬로프를 내려오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스키를 벗어야 했다. 이듬해 봄 학교 게시판에서 루지 선수를 선발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일주일간의 짧은 강습 끝에 2위로 정식 선수가 됐다. 여름에 바퀴를 단 썰매를 타고 아스팔트를 얼음경기장 삼아 훈련을 한 결과 나가노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도전과 시련은 계속됐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으로 '루지 유학'을 떠났지만 대한루지연맹은 세대교체를 이유로 그를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설상가상으로 현지에서 무릎을 다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운명처럼 만난 게 스켈레톤.그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을 만들어 국제연맹에 가입,대한체육회(KOC)의 도움 없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후 강원도청에 둥지를 튼 그는 토리노대회의 출전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강광배는 "적어도 아시아권 내 라이벌 일본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봅슬레이 부문 금메달을 두고 현재 국가 랭킹 1위인 독일과 홀콤 스티븐(개인 랭킹 1위),나피어 존(4위) 등을 보유한 미국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봅슬레이 4인승 예선전과 결승전은 각각 27,28일(한국시간) 열린다.

김주완/김진수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