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자한 벤처투자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외국계 벤처캐피털이 투자 및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글로벌 펀드' 결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형기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8일 기자와 만나 "국내 벤처캐피털이 글로벌화돼야 외자유치의 발판이 마련되고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된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펀드를 연내에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벤처캐피털업계는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제외하고 글로벌 펀드 결성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김 대표는 "벤처의 자금줄인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제2의 벤처붐'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국내 벤처캐피털 및 벤처기업들이 외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벤처투자가 지난해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국내외 벤처캐피털 간 워크숍을 잇따라 개최한 것도 기관투자가의 공백을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 자금으로 메워보겠다는 복안에서다. 김 대표는 "지난해 중국 워크숍에서 만났던 스웨덴계 벤처캐피털인 제이드인베스트먼트와 올해 상반기 중 450만달러 규모의 공동펀드를 결성키로 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벤처투자는 그간 아시아지역에 집중됐던 외국 벤처캐피털들과의 접촉을 유럽지역 등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우선 올 상반기 중 바이오 · 그린테크놀로지 분야에 대한 투자 논의를 위해 유럽연합(EU) 지역 벤처캐피털들과 만나기로 했다.

외국인 수시 출자를 적극 끌어들이기 위해 중소기업청은 한국벤처투자의 건의를 받아들여 외자유치 펀드에 대한 모태펀드 출자 비율을 기존 10%에서 25%까지 높이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 규정은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올해 해외의 벤처캐피털 및 기관투자가들을 국내로 초청, G밸리 등 국내 벤처단지를 둘러보도록 할 계획"이라며 "국내 기업들에 외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대학기술 지주회사들과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나 원천기술을 상용화시키는 데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2005년 설립된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 출자금 1조원을 모태로 150여개 펀드를 결성했고,이로 인한 총 출자금 규모가 3조8000억여원에 달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