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8일 개성에서 실무회담을 열고 금강산 · 개성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북측은 개성관광과 금강산관광을 각각 3월1일과 4월1일 재개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위한 2차 실무회담을 오는 12일 갖자고 제의했다.

양측은 회담에서 관광 재개의 조건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우리 측은 박왕자씨 피격사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과제'가 관광 재개에 앞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을 위해 '개성 · 금강산 출입체류 합의서'를 개정,북측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남측 방문자에 대한 접견권 및 변호인 조력권,조사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북측에 제시했다.

이에 북측은 '3대 과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관광을 먼저 재개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북측은 박씨 사망사건에 대해 "금강산 관광객이 사망한 데 대해 어쨌든 유감을 표시한다"면서도 "군사통제구역에 무단침입한 박씨가 초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은 본인의 불찰에 의해 빚어진 불상사"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수석대표)은 회담 브리핑에서 "북측은 우리 요구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기존의 입장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우리 대표단은 회의 기조발언에 앞서 박씨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하는 취지에서 묵념을 제의했으나 북측은 이를 거부했다.

북측은 회담이 끝날 무렵 12일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했으나 우리 정부는 판문점 접촉을 통해 추후 결정하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회담 대표로 우리 측은 김남식 국장과 이천세 법무부 통일법무과장,박태영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장이,북측에서는 강용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수석대표),주광일 조국평화통일위 서기국 책임부원,리경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과장이 각각 참석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전면 중단됐고 개성 관광도 같은 해 12월 북측에 의해 중단됐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