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차 직장인 김철수(30)씨는 2006년 2월 수도권 소재 K 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김씨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방학은 언제나 아르바이트와 함께 했다. 4년간 빌린 학자금은 1390만원. 4년을 갚았지만 아직도 30만원 가량의 상환금이 남아있다.

한 해 등록금 1000만원 시대. 미래 얘기가 아니다. 김씨처럼 직장인이 돼서도 대학시절 빌린 학자금을 갚지 못한 직장인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재학생들도 비싼 등록금 때문에 돈 빌릴 구멍이 없나 은행 등을 기웃거리고 있다.

◆취업해서 학자금 갚는다?…"꿈 깨"

실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현실은 여실히 나타난다. 최근 아르바이트 정보업체 알바몬이 대학생 14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23.5%가 올해 1학기에 등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등록금이 마련되지 않아서'(40.3%)라는 이유가 절반에 가깝다.

김씨는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빚쟁이로 전락한 기분이었고, 현재까지 (학자금)대출의 노예로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3학년 때 344만원이던 등록금이 4학년이 되니 355만원이 되더라"며 "등록금 버느라 MT 한 번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대학시절보다 오히려 지금이 훨씬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대학생을 비롯한 우리라 국민은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알바몬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1466명) 10명 가운데 9명은 등록금이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그 이유는 △등록금이 100% 학비로 쓰이지 않는 것 같아서(28.6%) △물가에 비해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24.9%) △등록금에 비해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 강의 수준(15.1%) 등으로 나타났다.

이런 의견은 실제 지표에서도 증명된다. 지난 2009년 OECD가 발표한 '2009 OECD 교육지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27위인데 반해 대학경쟁력(대학교육의 사회부합도)은 57개국 중 51위로 최하위권이다. 또 등록금은 국공립대와 사립대 모두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

◆누리꾼도 '등록금' 때문에 뿔났다

누가 대한민국 대학 등록금이 싸다고 했던가. 지난달 28일 이기수 신임 대학교육협의회장이 우리나라 대학교 등록금이 아주 싸다는 발언에 야권을 포함해 누리꾼까지 가세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 직후 '이기수씨의 등록금 발언에 책임지실 것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에 대한 1만명 서명이 진행 중이다. 9일 오전 9시 13분 현재 3886명의 서명이 이뤄졌다.

청원을 낸 누리꾼(ID:David J)은 "'대학 등록금'하면 국민이 떠올리는 말은 '비싸다'라는 형용사"라며 "(등록금이 싸다고 주장하면)시급 5000원도 안되는 아르바이트하면서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땀과 눈물, 노력한 시간은 무슨 의미로 봐야 하냐"며 반박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올해 4학년 1학기까지 대출금이 벌써 1000만원이 넘어 내가 그 말로만 듣던 빚쟁이 신세"며 "취직하고 나서 한참 동안 등록금 갚느라 힘들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년제대 106곳, 전문대 80곳 등 186개교가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4년제 37곳, 전문대 24곳 등 총 61개교는 올해도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해 비판받고 있다.

직장인 김씨는 "운 좋게 졸업 전 대기업에 취업해 4년간 매달 30만원씩 대출금을 상환하며 이제 30만원 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학 나와도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우면 대출받아서 언제 다 갚나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스스로 등록금 마련하는 학생들은 공부하랴 일하랴 빚 갚으랴 정말 힘들게 산다"며 "돈 없어서 공부 못 한다는 말이 옛말이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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