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사진)은 8일 "의원들이 참여도 하지 않고 질문내용도 일방적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대정부 질문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열린 정례 기관장회의에서 "대정부 질문 동안 본회의장 출석 의원이 방청객 수보다 적어 의장으로서 창피하기 짝이 없을 정도"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대정부 질문 제도는 유신의 산물로 당시 독재정권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이런 식이라면 4월 국회 때는 대정부 질문 자체를 하지 말자"고 말했다. 또 "본회의 의사정족수가 60명인데 그 인원을 못 채워서 개의가 20~30분씩 늦어지고 회의 도중에도 의사정족수에 미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회의장 자문기구에서 국회 제도 개선안을 제출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1년 넘게 묵은 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지적대로 지난주 시작한 대정부 질문은 의사정족수(전체 의원의 5분의 1)인 60명을 채우지 못해 개의가 늦어지기 일쑤였다.

특히 이날은 독일의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이 방한,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을 찾은 날이었다. 김 의장이 특별히 의원들의 참석을 독려한 덕분인지 오후 2시52분에 개의를 선언,쾰러 대통령을 환영하며 박수를 칠 때는 평소의 2배가 넘는 143명의 여야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과반(150명)에는 미치지 못했고 쾰러 대통령이 퇴장하자마자 15명가량이 회의장을 떴다. 개의 1시간이 지난 3시52분에는 80명이 자리를 떠 총 63명(한나라 38명,민주당 12명,기타 13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김 의장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야당의 한 재선의원은 "국회의원들마다 지역구 일정이나 바쁜 행사가 많아 본회의 내내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대정부 질문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