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도, 판사도 못믿겠다"…재정신청·항소 급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불기소 늘자 고소인 반발…1만2천건 재정신청
법원 불신 갈수록 심화…판결 후 10명중 6명 항소
법원 불신 갈수록 심화…판결 후 10명중 6명 항소
고소인들이 "검찰이 피고소인을 부당하게 재판에 부치지 않았다(불기소 처분)"며 제기하는 재정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또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제기하는 항소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검찰의 사건처리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불신이 쌓이면서 국가적으로 사법 비용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불기소 100건마다 1건이 재정신청
8일 대법원에 따르면 재정신청을 제기한 인원은 2006년 850명에서 2007년 9132명,2008년 1만1248명,2009년 1만2724명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재정신청은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 체포감금 △독직폭행 등 3개 범죄에만 허용됐으나 2007년 신청 대상이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되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증가하면서 급증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형사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인원은 지난해 129만6267명으로 기소 인원(119만6776명)보다 많았다. 대검이 2000년부터 범죄분석 자료를 발표한 이후 불기소 인원이 기소 인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불기소 100건당 1건은 재정신청이 제기된 셈이다. 고소인은 피고소인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상급 검찰청에 항고와 재항고를 한 후 이마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결정하면 검찰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재정신청 후 검찰 기소로 유죄가 나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박사학위 논문심사와 관련해 제자에게 금품을 받은 대학교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교수의 금품 수수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불기소했지만 법원은 "일부 대학에서 학생이 학위논문 심사위원에게 거마비 등을 주는 것이 무비판적으로 행해졌다 해도 피고인의 범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피고인 10명 중 6명은 항소
법원 판결 불복도 증가세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피고인의 혐의가 사형 ·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 금고형에 해당하는 형사합의 사건 피고인 1만7731명 가운데 1만667명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율은 60.2%로 10명 중 6명이 항소한 셈이다. 전년도 55.4%에 비해 4.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10~20% 수준인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항소율을 크게 웃돈다. 이는 일단 항소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1심의 형량을 깎아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형사합의 사건 항소심을 담당한 고등법원에서 유 · 무죄를 뒤집거나 형량을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1심 판결을 깨뜨린 파기율은 40.9%를 기록했다.
◆"형사조정 법제화,양형기준 확립해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사건 처리 부담을 줄여야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 고소인들의 불신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재산범죄 고소사건과 소년 · 의료 · 명예훼손 등 민사적 분쟁 성격이 강한 사건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등 당사자들이 법률전문가와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된 조정위원들로부터 조정을 받는 '형사조정'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법률안은 2008년 국회에 제출된 이후 아직 계류 중이다.
항소 남발을 막기 위해선 엄격한 양형기준을 확립해 1심 판결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양형기준제 도입 등 객관적인 양형 기준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불기소 100건마다 1건이 재정신청
8일 대법원에 따르면 재정신청을 제기한 인원은 2006년 850명에서 2007년 9132명,2008년 1만1248명,2009년 1만2724명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재정신청은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 체포감금 △독직폭행 등 3개 범죄에만 허용됐으나 2007년 신청 대상이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되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증가하면서 급증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형사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인원은 지난해 129만6267명으로 기소 인원(119만6776명)보다 많았다. 대검이 2000년부터 범죄분석 자료를 발표한 이후 불기소 인원이 기소 인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불기소 100건당 1건은 재정신청이 제기된 셈이다. 고소인은 피고소인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상급 검찰청에 항고와 재항고를 한 후 이마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결정하면 검찰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재정신청 후 검찰 기소로 유죄가 나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박사학위 논문심사와 관련해 제자에게 금품을 받은 대학교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교수의 금품 수수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불기소했지만 법원은 "일부 대학에서 학생이 학위논문 심사위원에게 거마비 등을 주는 것이 무비판적으로 행해졌다 해도 피고인의 범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피고인 10명 중 6명은 항소
법원 판결 불복도 증가세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피고인의 혐의가 사형 ·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 금고형에 해당하는 형사합의 사건 피고인 1만7731명 가운데 1만667명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율은 60.2%로 10명 중 6명이 항소한 셈이다. 전년도 55.4%에 비해 4.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10~20% 수준인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항소율을 크게 웃돈다. 이는 일단 항소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1심의 형량을 깎아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형사합의 사건 항소심을 담당한 고등법원에서 유 · 무죄를 뒤집거나 형량을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1심 판결을 깨뜨린 파기율은 40.9%를 기록했다.
◆"형사조정 법제화,양형기준 확립해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사건 처리 부담을 줄여야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 고소인들의 불신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재산범죄 고소사건과 소년 · 의료 · 명예훼손 등 민사적 분쟁 성격이 강한 사건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등 당사자들이 법률전문가와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된 조정위원들로부터 조정을 받는 '형사조정'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법률안은 2008년 국회에 제출된 이후 아직 계류 중이다.
항소 남발을 막기 위해선 엄격한 양형기준을 확립해 1심 판결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양형기준제 도입 등 객관적인 양형 기준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