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전용도크의 힘…1조 규모 FPSO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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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공사에 2만명 투입…2013년 노르웨이에 인도
현대중공업이 수주가뭄을 뚫고 11억달러(약 1조2907억원) 규모의 원통형 FPSO(부유식 원유 생산 · 저장 · 하역설비 · 사진) 설치 공사를 수주했다. 2008년 2월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사로부터 총 16억달러 규모의 우산(Usan)프로젝트를 따낸 지 2년 만의 FPSO 신규 수주다.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의 석유회사인 이엔아이 노르게 에이에스(ENI Norge AS)사로부터 원유 10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통형 FPSO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기초 설계가 끝나는 내년 11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3년까지 노르웨이 햄머페스트 지역에서 북서쪽으로 약 85㎞ 떨어진 골리앗 유전(Goliat Field)에 이 FPSO를 설치할 예정이다. 골리앗 유전은 약 1억7600만배럴이 저장돼 있는 북해 지역의 대규모 해상 유전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통형 FPSO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골리앗 FPSO'는 지름이 112m,높이가 75m에 달한다. 자체중량만 5만2000t으로 설치 공사에 연인원 2만명이 투입된다. 하루 10만배럴의 원유와 40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 정제할 수 있고,한국의 하루 석유 사용량(약 200만배럴) 절반인 10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일반적인 FPSO가 긴 직사각형 형태인 것과는 달리 원통 형태를 띠고 있다. 북해,걸프만 등 강한 파도가 치는 지역에서 보다 잘 견뎌내도록 하기 위한 최신식 설계다.
현대중공업은 설계에서부터 구매,도급,시행을 모두 담당하는 일괄도급방식으로 이 FPSO를 건조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원통형 FPSO는 브라질,북해 지역 등 전 세계적으로 저장용량 30만배럴의 소형 FPSO만 운영되고 있다"며 "골리앗 FPSO가 설치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원통형 FPSO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용 도크의 힘
골리앗 FPSO를 수주한 데에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4월 완공한 FPSO 전용 도크인 'H도크'의 힘이 컸다. H도크는 길이 490m,폭 115m,높이 13.5m 크기의 대형 도크로 무거운 해양플랜트 탑재를 위해 세계 최대 1600t급 크레인 2기가 설치돼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골리앗 FPSO 프로젝트의 발주 공고가 나온 뒤 FPSO 전용도크가 있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하는 수주전략을 짰다. 선박용 도크에서 FPSO를 만들 때는 하부 선체를 만든 뒤 이를 다시 안벽으로 옮겨 상부의 플랜트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건조,공기가 길어지지만 전용 도크에서는 모든 작업이 한 곳에서 가능해 공기를 1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생산원가도 1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강창준 해양사업본부장은 "국내 대형 조선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세계적인 해양설비업체인 노르웨이의 에이커(AKER),이탈리아의 사이팸(SAIPEM) 등과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다"며 "전용도크와 세계적인 수준의 설계팀을 보유했다는 점을 강조해 수주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460억달러 해양설비 시장을 잡아라
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향후 호주와 아프리카,북해,중동, 러시아 등지에서 발주될 대형 해양공사 수주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FPSO를 포함한 향후 해양설비 시장이 오는 2013년까지 약 4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인 페트로브라스의 대규모 해양설비 발주가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