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기 '빅3' 가격인하 전쟁…소니가 먼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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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PS3 '불티'…3분기 순익 660% ↑
6분기만에 흑자전환 성공
게임대작·추가 가격인하로 승부
닌텐도·MS
소니 게임타이틀 물량공세에 밀려
가격 내렸지만 판매 부진 '수모'
닌텐도 위 플랫폼 변경 '맞불' 예고
지난해 하반기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비디오게임 업체 '빅3'가 일제히 단행한 1차 가격 전쟁.비디오게임기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지난해 9월을 전후해 가격을 30~40%씩 전격 인하했었다. 경기 침체와 온라인게임 성장 등으로 비디오게임이 침체를 맞자 단행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소니만 웃었을 뿐 닌텐도와 MS는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했다. 소니는 1차 전쟁 승리의 여세를 몰아 올해 추가적인 가격 인하와 함께 대대적인 대작 타이틀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2차 가격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만 실적 호전
소니는 지난해 3분기(2009년 10~12월)에 매출액 2조2379억엔(29조1822억원),순이익 792억엔(1조327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 늘어났으며 순이익은 무려 660.6% 증가했다. 지난해 9월까지 5분기 연속 적자에 신음하던 소니가 6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소니 실적이 개선된 것은 게임 부문이 속한 NPS(Network product & service) 부문의 선전 덕분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6061억엔(7조9035억원),영업이익 194억엔(252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소니의 영업이익은 59억엔 적자였다.
업계는 이 같은 성적의 1등 공신으로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판매 호조를 꼽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말 휴가 시즌 동안에만 650만대의 PS3를 세계 시장에서 팔았다. 이는 2008년 휴가 시즌 판매량인 450만대와 비교해 44%가량 늘어난 수치다. 소니는 PS3의 가격 인하와 더불어 25% 낮아진 PS3 제조원가가 실적 개선에 한 몫 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소니는 신제품인 'PS3 슬림'을 선보이면서 가격을 100달러 내린 299달러로 책정했다. 소니 관계자는 "가격 인하로 소비자들의 문의가 2배 이상 급증했다"며 "올해 작년보다 20% 늘어난 1300만대 판매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닌텐도와 MS 동반 부진,왜?
반면 비슷한 시기 가격을 인하한 닌텐도의 위(Wii)는 오히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실적이 후퇴했다. 닌텐도는 지난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1% 감소한 1조1820억엔(15조 41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9.4% 줄었다.
닌텐도의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Wii의 판매량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위의 가격을 20%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17%나 줄었다.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DS 역시 판매량이 8.6% 감소했다.
MS의 게임 부문인 엔터테인먼트 사업부(EDD)도 전분기 대비 게임 관련 매출이 12% 감소했다. MS는 지난해 하반기 X박스360 보급형 모델 '프로 버전'의 가격을 위와 같은 249달러로 낮췄지만 소니와는 달리 효과가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X박스360의 판매량은 850만대에 그치며 출시 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에서 소니 PS3(1080만대)에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닌텐도와 MS의 부진은 40여개에 달하는 게임 타이틀을 대량으로 쏟아낸 소니의 물량공세에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점 때문에 PS3 구입을 망설인 고객들이 가격 인하로 지갑을 열었다"며 "소니는 올해도 대대적인 대작 게임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닌텐도 위 차기작 vs 소니 추가 가격 인하
가격 인하로 재미를 못 본 닌텐도의 다음 카드는 위의 차기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대표는 지난달 말 열린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에서 "기존 플랫폼으로는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것"이라며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신형 플랫폼 출시 가능성을 높였다. 게임업계는 다음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게임개발자대회(GDC)에서 닌텐도가 위의 차기작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니는 PS3의 추가적인 가격 인하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제작비용 절감 등을 통해 올해 PS3의 가격을 15% 정도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MS의 X박스360 판매량을 추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대작 타이틀 출시도 올해 예정돼 있다. 특히 '갓 오브 워 3' 등 경쟁력 높은 PS3 독점 타이틀을 앞세워 닌텐도와 MS를 누른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가격을 인하할 경우 타이틀이 풍부하고 하드웨어 기능이 가장 뛰어난 PS3가 유리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닌텐도가 경쟁 구도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