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노동생산성 '+α' 찾는 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다시 히말라야를 다녀왔다. 지난 몇 년간 겨울방학마다 다녀온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다. 이번에는 안나푸르나 산군을 돌아 걷는 2주일 정도의 트레킹이었다. 그 기간 동안 걸으면서 행복했고 편안했다. 설산은 더없이 하얗게 빛났고 고산의 하늘은 평지보다 더욱 파랬다. 해발 5400m 소소롱라 고개를 오를 때는 머리는 없어지고 가슴만 팔딱거렸다. 그리고 은둔의 왕국 무스탕에서부터 흘러오는 칼리간다기 강물 소리는 마치 생명의 원천에서 오는 소리 같았다.
최근 몇 년의 겨울기간 히말라야에는 엄청난 수의 한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길에서 만난 일본의 원로 산악인은 내게 요즘이 한국의 휴가철이냐고 물었다. 그런가 하면 포터들 사이에선 1~2월을 '코리언 시즌'이라고 한단다. 그러나 방문자의 분포를 살펴보면 겨울에 오는 사람들은 방학을 이용할 수 있는 신분들이 많다. 즉 선생님과 대학생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일반 직장인,특히 봉급 근로자를 찾기는 매우 드물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통해 발견하는 자연과 휴식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은 직장인들이 바짝 관심을 보이다가도 기간이 2주 정도는 돼야 함을 알고서는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표정을 짓고마는 것을 본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현실과 휴가 관행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느 직장이나 연간 2주 정도의 휴가는 최소한 보장돼 있으며 근속연수에 따라 3주 이상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다 쓰는 경우는 드문 편이고 그나마 한 번에 며칠씩 몇 차례에 나눠 쓰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한 번에 일주일 이상 휴가를 쓴다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 아니면 신청조차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관행이 지속되는 데는 근로자나 회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 회사는 근로자의 휴가에 따른 업무 공백을 대체인력을 통해 메우려 하지 않고 기존의 인력으로 메우려 한다. 그러니 휴가가 길어질수록 기존 인력의 부담이 배가된다. 이런 현실을 잘 아는 판에 근로자가 여러 날을 비우겠다고 하기가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근로자는 휴가를 쓰지 않는 대신 그만큼 수당으로 보상받고자 한다. 실제 미사용 휴가에 대한 현금 보상은 결코 작지 않은 편이다. 근로자가 여가보다는 소득에 더 관심을 두는 한 이런 관행은 없애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일과 휴가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 쉴 때 제대로 쉬어야 일할 때도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제대로 쉬려면 쉼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 쉬는 것은 자전거 급브레이크 밟듯이 딱 멈춰지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동력이 끊어져도 한동안은 바퀴가 돌듯이 그렇게 서서히 멈춰지며 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하는 모드로 돌아갈 때도 시간이 걸린다. 제대로 쉬기 위해서는 완전한 휴식을 사이에 두고 이런 제동과 시동의 시간이 각각 3~4일씩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주일의 완전한 휴식을 위해서는 한번에 2주일의 휴가가 주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은,길어야 일주일짜리 휴가는 곧 있을 일터 복귀의 부담 때문에 단 하루도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분초를 다투는 경쟁사회에서 한가한 소리 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쁨과 한가함이 조화를 이룰 때 바쁨의 생산성도 배가된다. 우선 경영자부터 한번 해보기 바란다. 본인이 최소 2주일 정도 회사 일 다 잊고 푹 쉬고 나서 스스로 평가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좋다고 생각되면 바로 직원들에게도 적용해 줬으면 한다. 이때 명심할 사항은 한 사람의 휴가로 다른 사람의 업무부담이 현저히 늘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조정을 해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도 휴가로 생긴 업무공백에 대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면 미사용 휴가에 대한 현금보상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최근 몇 년의 겨울기간 히말라야에는 엄청난 수의 한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길에서 만난 일본의 원로 산악인은 내게 요즘이 한국의 휴가철이냐고 물었다. 그런가 하면 포터들 사이에선 1~2월을 '코리언 시즌'이라고 한단다. 그러나 방문자의 분포를 살펴보면 겨울에 오는 사람들은 방학을 이용할 수 있는 신분들이 많다. 즉 선생님과 대학생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일반 직장인,특히 봉급 근로자를 찾기는 매우 드물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통해 발견하는 자연과 휴식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은 직장인들이 바짝 관심을 보이다가도 기간이 2주 정도는 돼야 함을 알고서는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표정을 짓고마는 것을 본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현실과 휴가 관행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느 직장이나 연간 2주 정도의 휴가는 최소한 보장돼 있으며 근속연수에 따라 3주 이상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다 쓰는 경우는 드문 편이고 그나마 한 번에 며칠씩 몇 차례에 나눠 쓰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한 번에 일주일 이상 휴가를 쓴다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 아니면 신청조차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관행이 지속되는 데는 근로자나 회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 회사는 근로자의 휴가에 따른 업무 공백을 대체인력을 통해 메우려 하지 않고 기존의 인력으로 메우려 한다. 그러니 휴가가 길어질수록 기존 인력의 부담이 배가된다. 이런 현실을 잘 아는 판에 근로자가 여러 날을 비우겠다고 하기가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근로자는 휴가를 쓰지 않는 대신 그만큼 수당으로 보상받고자 한다. 실제 미사용 휴가에 대한 현금 보상은 결코 작지 않은 편이다. 근로자가 여가보다는 소득에 더 관심을 두는 한 이런 관행은 없애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일과 휴가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 쉴 때 제대로 쉬어야 일할 때도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제대로 쉬려면 쉼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 쉬는 것은 자전거 급브레이크 밟듯이 딱 멈춰지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동력이 끊어져도 한동안은 바퀴가 돌듯이 그렇게 서서히 멈춰지며 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하는 모드로 돌아갈 때도 시간이 걸린다. 제대로 쉬기 위해서는 완전한 휴식을 사이에 두고 이런 제동과 시동의 시간이 각각 3~4일씩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주일의 완전한 휴식을 위해서는 한번에 2주일의 휴가가 주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은,길어야 일주일짜리 휴가는 곧 있을 일터 복귀의 부담 때문에 단 하루도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분초를 다투는 경쟁사회에서 한가한 소리 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쁨과 한가함이 조화를 이룰 때 바쁨의 생산성도 배가된다. 우선 경영자부터 한번 해보기 바란다. 본인이 최소 2주일 정도 회사 일 다 잊고 푹 쉬고 나서 스스로 평가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좋다고 생각되면 바로 직원들에게도 적용해 줬으면 한다. 이때 명심할 사항은 한 사람의 휴가로 다른 사람의 업무부담이 현저히 늘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조정을 해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도 휴가로 생긴 업무공백에 대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면 미사용 휴가에 대한 현금보상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