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함께 올해 국내 금융산업 재편을 주도할 또 하나의 축은 외환은행 인수 · 합병(M&A)이다. 대주주인 미국 론스타펀드가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혀 외환은행은 은행권의 판도를 뒤흔들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각 시기는 올 하반기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지난해 10월 외환은행 지분(51.02%)을 1년 안에 팔고 대주주 지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내외 금융사들이 작년 말부터 잇달아 인수 의사를 표명해 매각작업이 이르면 올해 1분기 안에 끝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KB금융지주가 회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데다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종합검사로 여유가 없는 상태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산은금융지주도 금융감독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외환은행 주가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주당 1만5000원을 넘보던 주가가 최근 1만2000원대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으론 8조2000억원 수준이다. 2007년 외환은행 인수 가계약을 맺었던 HSBC가 주당 1만8045원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론스타 측에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시기를 다소 늦추겠다는 분위기다. 외환은행이 지난해 89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이 좋아진 만큼 조급하게 팔아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전 세계적인 주가 회복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릴 만한 곳이 줄어든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서 외환은행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올해 1분기로 예정했던 매각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국내외 시장 상황에 맞춰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가닥을 잡은 뒤 구체적으로 매각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쯤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누가 새 주인 되나

KB금융지주 하나금융 산은금융지주 농협 등이 외환은행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둔 KB금융은 해외 영업과 외환 부문을 보완하고 리딩뱅크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외환은행을 탐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하면서 국내 최대 은행으로 부상했으나 아직까지 소매금융 전문 은행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KB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경쟁 은행에 비해 더뎠던 해외 진출을 단숨에 만회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외환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절에도 해외 점포를 거의 철수하지 않았다.

KB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총 자산은 438조원(작년 9월 말 기준)으로 2위인 우리금융(328조원)보다 100조원 이상 앞선다.

KB금융과 함께 외환은행을 주목하고 있는 곳은 산은금융지주다. 산은지주는 민영화를 앞두고 취약한 수신 기반 확보를 위해 인수 의사를 공공연히 표명해 왔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KB금융보다는 오히려 산은지주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있다.

수신 기반은 취약하지만 투자은행(IB)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산은지주가 국내외 수신 기반을 갖춘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은지주가 외환은행을 합병하면 자산 규모가 250조원에 달해 단숨에 하나금융(179조원)을 제치고 '빅4'에 들게 된다. 하지만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산은지주의 덩치가 더 커지면 민영화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인수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하나금융도 여차하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KB · 신한 · 우리금융 등에 비해 고객 기반이 크게 취약하기 때문에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게 최대 과제다.

하나금융 경영진의 M&A 의지가 남다르기 때문에 외환은행이 우리은행보다 먼저 매물로 나올 경우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 규모는 287조원으로 3위인 신한금융(311조원)과의 격차가 불과 20조원 내외로 줄어들게 된다.

농협은 신용(금융) 부문과 경제(농업) 부문의 분리를 앞두고 신용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정부의 생각이다. 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을 분리하기 위해 정부가 자금을 대거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을 허용하겠느냐는 것이다. 농협은 구조개편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어 M&A에 뛰어들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금융권 일부의 시각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