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과세·감면…무너진 세제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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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재정위기 남의 일 아니다" 우려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정부의 법인세 인하 계획을 '부자 감세'라고 비난하며 대신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회기 내내 줄기차게 폈다. 강운태 의원이 총대를 멨다. 하지만 당시 기획재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재정위에 출석한 윤증현 장관은 "과거에도 그런 정책을 편 적이 있으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이달 초.재정부는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에 파격적인 세금 지원을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 스스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재정부는 또 지난해 경제위기에 따른 확대 재정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막기 위해 30조원에 달하는 각종 비과세 · 감면부터 우선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부분 특례조항으로 조세 원칙에도 안 맞을 뿐더러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한시 지원책들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 폐지 또는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비과세 · 감면 제도 28개 중 10개는 적용시한을 연장하거나 감면폭을 확대했고 1개는 오히려 신설했다.
문제는 새해 들어 정부가 비과세 · 감면을 더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 고용증대 세액공제다. 전년도에 비해 고용인원을 1명 늘릴 때마다 법인세를 300만원씩 깎아주고,장기 실업자가 취업한 경우 1인당 월 100만원을 소득공제해준다는 내용이다. 이들 두 제도 시행으로 재정 부담은 올해 2000억~2500억원을 포함해 앞으로 4~5년간 4500억~5000억원 늘어난다. 이런 부담 때문에 재정부는 도입에 반대했지만 청와대 주도의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용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지면서 재정부가 결국 후퇴했다는 후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 풍랑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 각종 정책과제를 명분으로 세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깎아주는 세금은 임시방편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수 부족을 불러오고 이는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제 정상화와 재정 건전성을 위해 불요불급한 비과세 · 감면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힌 정부의 중장기 세제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새해 들어 제약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신설했다. 연구개발(R&D) 투자시 비용의 20%(중소기업은 3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R&D 세액공제 대상에 제약업계를 추가한 것.당초 제약업계는 수혜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으나 국내 제약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뒤늦게 추가했다.
이 밖에도 세종시 지원책으로 현지에서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에 법인세·소득세를 3년간 100%,2년간 50% 깎아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다자녀 가구에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각종 세제 지원책을 동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각종 세 감면 법안들이 발의돼 현재 재정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고용 악화나 저출산 등 사회적인 문제는 시스템을 바꾸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지 세금에 기대는 것은 임시방편책에 불과하며 결국 후대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세금 감면을 '전가의 보도'처럼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 중 영업이익을 못 내거나 최저한세에 걸려 세금을 안 내는 곳이 적지 않다"며 "이런 기업들에 세금을 깎아줄 테니 고용을 늘리라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이달 초.재정부는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에 파격적인 세금 지원을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 스스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재정부는 또 지난해 경제위기에 따른 확대 재정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막기 위해 30조원에 달하는 각종 비과세 · 감면부터 우선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부분 특례조항으로 조세 원칙에도 안 맞을 뿐더러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한시 지원책들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 폐지 또는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비과세 · 감면 제도 28개 중 10개는 적용시한을 연장하거나 감면폭을 확대했고 1개는 오히려 신설했다.
문제는 새해 들어 정부가 비과세 · 감면을 더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 고용증대 세액공제다. 전년도에 비해 고용인원을 1명 늘릴 때마다 법인세를 300만원씩 깎아주고,장기 실업자가 취업한 경우 1인당 월 100만원을 소득공제해준다는 내용이다. 이들 두 제도 시행으로 재정 부담은 올해 2000억~2500억원을 포함해 앞으로 4~5년간 4500억~5000억원 늘어난다. 이런 부담 때문에 재정부는 도입에 반대했지만 청와대 주도의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용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지면서 재정부가 결국 후퇴했다는 후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 풍랑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 각종 정책과제를 명분으로 세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깎아주는 세금은 임시방편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수 부족을 불러오고 이는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제 정상화와 재정 건전성을 위해 불요불급한 비과세 · 감면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힌 정부의 중장기 세제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새해 들어 제약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신설했다. 연구개발(R&D) 투자시 비용의 20%(중소기업은 3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R&D 세액공제 대상에 제약업계를 추가한 것.당초 제약업계는 수혜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으나 국내 제약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뒤늦게 추가했다.
이 밖에도 세종시 지원책으로 현지에서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에 법인세·소득세를 3년간 100%,2년간 50% 깎아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다자녀 가구에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각종 세제 지원책을 동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각종 세 감면 법안들이 발의돼 현재 재정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고용 악화나 저출산 등 사회적인 문제는 시스템을 바꾸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지 세금에 기대는 것은 임시방편책에 불과하며 결국 후대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세금 감면을 '전가의 보도'처럼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 중 영업이익을 못 내거나 최저한세에 걸려 세금을 안 내는 곳이 적지 않다"며 "이런 기업들에 세금을 깎아줄 테니 고용을 늘리라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