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혁신 기업의 상징이었다.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가이젠(改善)'은 도요타 산(産)이다.

이 회사가 현장 개선 활동인 가이젠을 더욱 발전시켜 1999~2004년 획기적 원가절감 운동인 'CCC 21'프로젝트를 벌였을 때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 운동을 통해 볼트 하나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싸게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30% 가까운 원가절감에 성공했다.

문제는 품질.단순히 싼 부품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도요타는 2006년 말 '가쿠신(革新)'으로 키워드를 바꿨다. 품질을 높이면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블루오션 전략의 원이름)에 돌입했다. 가치혁신에선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만족시키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도요타는 디자인 혁신에 신경을 쓰는 동시에 비용은 아웃소싱이 골자인 공정혁신으로 낮출 수 있다고 믿었다.

초기 이 운동의 성과는 분명 있었다. 매년 27억달러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계속 밀어붙였다. 블루오션 전략의 가장 중요한 명제인 '가치는 높이고 비용은 낮추는 활동의 동시 추구'에 충실했던 셈이다. 그런데도 결국 실패로 결론났으니, 경영혁신 무용론으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경영혁신론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대명제인 기업에 적용하는 만큼 상황 변화에 입각해 유연한 대처가 필수적이다. 성과를 거뒀다고 그 방법이 절대적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품질경영에 익숙한 일본 내 공급 네트워크와 비교할 때 일본 외 나라에 있는 공급처 품질을 보장할 방법은 적었다.

21세기 들어 협업(collaboration)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다만 도요타의 예를 보듯 협업이 경쟁력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도요타의 실패에서 배울 것이 점점 더 늘어간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