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기업은 성장성 하락,글로벌 역량 저하,혁신성 부족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지적됐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과 연구 · 개발(R&D)투자 비중은 글로벌 히든 챔피언의 각각 5분의 1에 불과,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영 및 R&D 투자 능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갑수 KAIST 교수는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견기업,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중견기업 육성 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는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이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코스닥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위기 맞은 중견기업

김 교수는 종업원 300명 이상 999명 이하인 중견기업 1102곳을 대상으로 글로벌 역량과 혁신성,성장성을 분석했다. 글로벌 역량을 알 수 있는 매출 대비 수출 비중(2007년 기준)은 평균 13.3%에 불과했다. 헤르만 지몬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가 분석한 글로벌 히든 챔피언의 수출 비중(61.0%)과 비교할 때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히든 챔피언이란 세계 시장 점유율이 3위 안에 들고 매출액이 40억달러 이하인,작지만 강한 기업을 말한다.

혁신성을 나타내는 R&D 투자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에 그쳤다. 글로벌 히든 챔피언(5.9%)의 5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제조업 전체의 R&D 투자 비중(2.97%)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열악했다. 이런 영향으로 중견기업의 성장성도 둔화되고 있다. 2007년 평균 매출은 2406억원으로 글로벌 히든 챔피언(4770억원)의 절반에 그쳤다. 매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중견기업의 규모가 영세한 데다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자금 및 전문인력이 부족하며 중소기업에서 졸업하는 순간 지원이 급감하는 제도적 요인이 복합돼 중견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 필요

위기에 빠진 중견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기업 육성 정책과제'란 주제발표를 통해 "중견기업은 대기업 수준의 규제를 받는 반면 중소기업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돼 어떻게든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를 타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업원 수나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중견기업을 분류하기보다는 수출 규모 등 질적인 요소를 감안해 중견기업을 정의한 뒤 지원 정책을 펴는 게 합리적"이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중견기업 경영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정책수단을 마련하기보다는 지원 필요성과 기업 수요가 큰 글로벌 역량 및 혁신 역량을 제고하는 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정부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하영춘/이유정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