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무한확장은 어디까지일까. 올해 유통업계 최대 매물로 꼽혔던 GS백화점 · 마트 인수전도 롯데의 완승으로 끝났다. 롯데는 지난달 27일 편의점 바이더웨이에 이어 GS리테일의 백화점 · 마트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9일 체결했다. 지난해 두산주류BG와 제과업체 ㈜기린 인수,AK면세점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포함해 최근 2년간 4조원을 쏟아부으며 유통 · 식품업계의 매물을 거의 '싹쓸이'한 것이다.

롯데는 올해 잠실 롯데타운을 착공하는 데 이어 부산 롯데타운,중국 선양 롯데타운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데다 국내외 유통 · 식품업체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보수적인 예전의 그룹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격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유통 지존' 지위 확고

롯데는 신동빈 부회장이 "관심이 많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GS백화점 · 마트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인수액 1조3400억원은 롯데의 M&A 사상 최대 규모다. 롯데는 구리 · 안산 · 부천점 등 GS백화점 3개점에 5700억원,송파 · 일산 · 춘천점 등 GS마트 14개점에 7700억원가량을 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GS백화점 · 마트 인력 2600여명에 대해 최저 4년 이상 고용 보장을 약속해 신세계,현대백화점,홈플러스 등 경쟁 업체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딴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주체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1조3700억원인 GS백화점 · 마트를 인수함으로써 최근 3~4년 간 엎치락뒤치락해 온 신세계와의 '유통 지존'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점포수가 26개에서 29개로 늘어나 현대백화점(11개점)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롯데마트는 점포수가 70개에서 84개로 늘어 이마트(127개)와 홈플러스(114개)를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롯데마트는 올해 10개 이상의 신규 점포를 내 이마트 · 홈플러스 못지않은 구매력과 시장 입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2년간 M&A에 4조원 투입

2008년 8월 네덜란드 초콜릿회사 '길리안'을 시작으로 한 롯데의 적극적인 M&A 행진은 다음달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AK글로벌(면세점)까지 합쳐 총 4조원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롯데가 M&A에 투자한 6조원 중 3분의 2를 최근 2년 새 쏟아부은 것이다.

업계에선 롯데가 '기업사냥'을 통한 덩치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그룹의 경영승계 시점이 임박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후계자로 꼽히는 신 부회장이 경영 승계에 앞서 입지를 확고히 굳히기 위해 공격적인 확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그룹내 M&A를 총지휘하는 그룹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신 부회장은 2018년 그룹 총매출 200조원을 달성,'아시아 톱10'에 든다는 '2018 비전'을 지난해 공표했다.

◆풍부한 실탄…대규모 투자 예고

롯데의 공격경영은 M&A뿐 아니라 대대적인 투자 계획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포함한 부산 롯데타운에 2조원을 투입하며,올해 착공 예정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는 2조2000억원 정도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지난해 착공한 중국 선양 롯데타운 건립에도 2조원가량을 투자한다. 올해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유통업체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맥주사업 진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가 이처럼 저돌적으로 사세 확장에 나서는 힘은 풍부한 자금력에서 나온다. 롯데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3조5000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50%에 불과하다. 올해 계획한 총 투자액은 4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룹 관계자는 "최근 주요 계열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자산재평가가 끝나면 부채비율이 더욱 내려갈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추가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되므로 M&A나 투자에 자금을 동원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