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주들이 분할 경영을 계기로 동반 상한가로 치솟는 등 초강세를 나타냈다. 대주주 일가가 채권단에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넘기기로 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금호 리스크로 시장 대비 크게 부진했던 은행주들도 금호 정상화 기대와 함께 급반등했다. 다만 금호그룹의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즐비하고 시간이 많이 필요해 워크아웃에 대한 큰 그림이 나오기 전까진 종목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금호석유화학 금호산업 금호타이어가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채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나항공도 13.62% 급등했고 대한통운은 6.38% 뛰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주주들이 전날 계열사 주식 담보 제공과 함께 의결권 위임 동의서를 채권단에 넘기기로 하면서 정상화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전날 오너들의 결단으로 금호 계열사에 대한 38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에 따라 금호그룹의 정상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며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자산매각 출자전환 감자 등과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과 단기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신규 자금 지원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제 가닥이 잡혔을 뿐 아직 변수가 많아 과도한 의미 부여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워크아웃 플랜에 대한 큰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며 "재무적투자자(FI)를 설득하는 작업과 함께 대우건설을 매각한 이후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에 대한 매각 여부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금호석유화학은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하고 실적이 괜찮아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매각되지 않는다면 그룹 리스크에서 탈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주 내에서도 종목별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안정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은행주도 급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KB금융이 5.34% 급등했고 신한지주는 4.16% 올랐다. 우리금융 하나금융도 각각 2.32%,3.68% 상승 마감했다.

은행주는 금호 리스크에 유럽발 금융위기 재연 우려가 더해지며 전날까지 사흘간 9.8% 급락해 코스피지수보다 5.8%포인트나 더 떨어지는 부진을 보였다. 황석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불확실성 중에 하나가 해결됨에 따라 은행주들이 최근 하락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해외 요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