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등을 다룬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사관계 조정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규 통과 이후 노 · 사 · 정 간 갈등은 다시 불거지는 형국이다. 특히 노동계가 전임자 임금 보전을 사측에 잇따라 요구하고 있어 올해 춘투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조짐이다. 9일 금속노조는 전임자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특별단체협상 요구안을 각 사업장에 발송했고,노동부는 이에 맞서 "사측이 (금속노조 등의) 특별교섭 요구를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는 노사 지도방침을 정했다.

◆노조법 시행되자마자 노 · 사 · 정 충돌

노동부 전운배 국장은 이날 "타임오프 시간 총량과 타임오프 적용 인원 수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측이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지침을 지방 노동관서에 하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속노조는 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9일부터 소속 사업장 270여곳에 특별단협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또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산별노조와는 별도의 교섭을 해달라"는 내용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노조법이 정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 방침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미 산하노조 대부분이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별단협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단협을 지난해 사측과 체결해놓은 만큼 이번 특별단협 요구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도 단협 요구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타임오프 총량과 최소 적용 인원 수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측에 '유급시간을 ○○시간으로 해달라','전임자를 ○○명으로 보장해달라'는 식의 요구는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타임오프 총량 등을 심의,의결하는 4월 말이나 5월 말 전까지는 사측이 교섭 요구를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노동부는 "설령 교섭을 하더라도 '7월 이후에도 현 수준의 전임자 임금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단협 체결은 법 위반"이라며 "임금을 지급하는 사측은 처벌받고,노조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을 하면 불법 쟁의행위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협 요구 둘러싼 노사 갈등 증폭

금속노조는 사측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교섭이 진척되지 않는다면 4~5월께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전임자 임금을 보장받으려는 움직임은 노동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상반기 중 기존 단협 기간이 마무리되는 노조는 전임자 임금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단협에 착수하라"는 지침을 각 산하노조에 전달했다. 경총 관계자는 "노동계 요구는 노 · 사 · 정이 합의한 노조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회원사에 이 같은 내용의 교섭을 체결하면 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을 숙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