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를 빛낼 스타들] 스노보드‥한국 스노보드의 '희망' 김호준

한국 선수들은 이번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와 스노보드 종목에 처음 출전한다. 이 중 스노보드는 최근 동호인 수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인기 스포츠지만 올림픽 종목으로는 여전히 관심권 밖이다. 독학으로 스노보드 문을 두드려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낸 김호준(20 · 한국체대 · 사진)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이유다.

'스노보더' 김호준은 세 살 때인 1993년 스키숍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레 스키를 배웠다. 5년 뒤인 여덟 살 때 우연히 스노보드를 봤다. 국내에 어린이용 스노보드가 없어 힘들게 유럽에서 구했다. 코치도 없어 아버지는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아들을 가르쳤다. 모든 것을 혼자 배우고 익혀야 했으며,하프파이프도 처음 개척했다. 스키에 방해가 된다며 스키장에서 쫓겨나기도 부지기수였다. 열한 살 때 선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으나 중학교 2학년 때 발목 인대가 손상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를 악물고 재기한 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호준은 지난해 2월 하얼빈(중국)에서 개최된 동계유니버시티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딴 데 이어 지난달 18일 한국 선수로는 처음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겨울에만 스키장을 개장하는 현실 속에서 비싼 수업료를 내며 실력을 갈고닦은 결과다. 지난달 올림픽 출전 선수에게 개방된 미국의 훈련캠프에서 자신감도 얻었다. 해외 유명 선수들과 열흘 가까이 생활하면서 더 큰 꿈을 키운 것.그는 "다른 선수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입장이며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후원계약을 체결한 CJ인터넷이라는 든든한 후견인도 구했다. 올림픽뿐 아니라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김호준의 목표는 12위 안에 들어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지난 1년 동안 치른 13번의 국제스키연맹(FIS)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12위 안에 든 건 4번뿐이다. 때문에 올 시즌 그의 FIS 포인트도 316점으로 33위에 불과하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부담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부담을 털어내고 주특기인 '1080(공중 3회전)'으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다.

이번 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 세계랭킹 1위인 숀 화이트(미국)와 아오노 료(일본),마티유 크레펠(프랑스) 등이 우승후보로 꼽힌다. 오는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사이프레스 마운틴에서 하프파이프 결승전이 열린다.

김진수/김주완 기자 true@hankyung.com


하프파이프 등 6개 금메달 걸려

스노보드는 1960년대 미국에서 서핑보드를 이용해 눈 덮인 산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에서 유래됐다. 1981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처음 공식 스노보드대회가 열렸고,올림픽의 경우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각각 남녀 하프파이프,대회전,크로스 등 모두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하프파이프는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모양의 원통형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경기를 치른다. 원통의 양쪽 벽을 오가며 점프 공중회전 등 고난도 기술을 펼쳐 그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대회전은 정상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40~50개의 기문을 먼저 통과한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스피드 경주다.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을 때는 1명씩 코스를 내려오는 '개인 대회전' 방식으로 치러졌으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미국)부터 두 명의 선수가 두 개 코스로 나눠 동시에 출발하는 평행 대회전으로 바뀌면서 토너먼트 방식도 부분적으로 도입,더 긴장감 넘치는 맞대결로 펼쳐진다.

크로스는 프리스타일 스키의 크로스처럼 4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회전 코스와 점프대,모굴 등 여러 장애물을 넘으면서 일정한 거리를 주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