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떠나야 여행의 맛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웃 골목에 묻혀 있는 보물들을 찾아나서 보자.한국관광공사가 2월의 여행 주제로 추천한 '근대 문화유산'이 그것.천천히 걸으며 역사를 읽는 맛이 제법 괜찮다.

▼개항 120년의 역사(인천 중구)

1883년 개항한 인천의 근대문화유적 답사는 '최초'를 찾아가는 여행길이다. 인천 중구에는 많은 '최초'의 것들이 남아 있다. 중구 내동의 내리교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다. 중구 송학동 응봉산 자락의 자유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다.

인천과 서울 노량진을 이었던 경인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이며,자장면 역시 중구 선린동과 북성동에 걸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중구 답동에 가면 인천 최초의 천주교 성당을 만날 수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인들의 사교장이던 제물포구락부와 일본은행거리,인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이나타운(사진) 등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인천시청 관광행정팀(032)440-4042

▼대한제국의 흔적(서울 중구 정동)

가족이나 연인끼리 서울에 남아 있는 대한제국의 흔적을 따라 걸어보자.근대와 현대를 잇는 덕수궁과 정동길 산책은 덕수궁~시립미술관~정동교회~정동극장~이화학당~경교장~홍난파 가옥~중림동 약현성당 순으로 걸으면 좋다.

정동길은 서울에서 산책하기 좋은 거리로 손꼽힌다. 주변에는 덕수궁을 비롯해 구 러시아공사관,중명전,정동교회 등 개화기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를 지켜본 유서 깊은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서울 중구청 관광공보과(02)2260-2174

▼수탈의 역사를 보다(전북 군산)

전북 군산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일제가 빼앗은 부를 축적한 흔적과 우리 민족의 저항 기록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변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인이 군산의 쌀로 부를 축적했던 공간은 내항 일대와 월명산 아래다.

옛 조선은행과 옛 군산세관,히로쓰가옥,동국사 등이 그곳이다. 한국인들의 흔적은 일본인 거주지역 밖인 구암교회,이영춘 가옥에서 찾을 수 있다. 구암교회는 28번이나 일어났던 3 · 1만세 운동의 중심지다. 군산시청 관광진흥과(063)450-6110

▼100년 전 골목여행(포항 구룡포)

포항에는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동네가 있다. 과메기 덕장이 많은 구룡포 장안동의 골목이다. 이 골목에는 일제 강점기 때의 건물들이 남아 있다. 일본인 집단 거류지로,요릿집과 세탁소,치과 등 없는 게 없는 골목이었기에 그 흔적만으로도 당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구룡포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룡포 공원에 올랐다가 구룡포 해수욕장을 지나면 호미곶.호미곶 광장에서 새천년 기념관에 올라 상생의 손과 바다를 구경하고 죽도시장에서 고래고기,상어고기를 구경한 후 싸고 맛있는 물회 한 그릇을 먹으면 속이 다 뻥 뚫린다. 포항시청 관광진흥과(054)270-2253

▼빈티지풍 시간여행(충남 논산 · 강경)

논산은 누런 빛깔의 땅이 많아서 '놀뫼'라고 불렸다. 일제 강점기 때 한자식 표현으로 논산이 됐다. 논산에는 북옥감리교회,옛 한일은행 강경지점,옛 남일당한약방,강경 중앙초등학교 강당,옛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옛 강경노동조합,연산역 급수탑 등 모두 7개의 등록문화재가 남아 있다. 이발소 다방 가게 폐가 등의 거리 풍경도 지나간 시간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논산시청 관광과(041)730-3224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