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한화, 대생 지분매각…금융지주 수순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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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보유지분을 대거 처분에 나섰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은 보유중인 대한생명 지분 900만주(지분율 27.53%)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화석화는 보유중인 한화증권 지분 714만주(보통주 691만주, 우선주 23.4만주)를 계열사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들 회사는 한화엘앤씨, 한화호텔앤리조트, 한화타임월드 등이다.
한화측은 "대한생명의 IPO에 따라 구주 매출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생명이 상장함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공모로 돌려 팔겠다는 얘기다. 공모시기, 공모가격의 결정, 주관사를 포함한 인수단과의 계약체결 등은 대한생명에게 위임한다고 한화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예상된 행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상장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수순밟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생명 상장은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 통합을 통한 시너지 확보와 그룹 재무구조 개선·자금확보를 통한 신성장 사업 진출 등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캐시카우였던 한화석화, 이제야 빛보나
이번 대한생명 지분 매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업체로는 한화석유화학이 꼽히고 있다.
한화석화는 그룹의 실질적인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도맡았다. 대한생명은 물론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자금흐름에도 꾸준히 기여해 왔다. 그렇다보니 한화석화는 '현금이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안정적인 석유화학 업체' 보다는 기업의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캐시카우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화석화가 대한생명의 지분을 매각한 것은 '현금확보'와 동시에 '신규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석화가 손실을 감수하고 한화증권 보유지분을 계열사에게 매각한 것은 '다 큰 자식에게 제 몫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대한생명의 공모희망가를 1만2000원 기준으로 할 때, 한화석화는 이번 매각 결정으로 540억원의 현금유입이 예상된다. 주당 매입단가가 5143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309억원의 매각차익 발생한다. 나머지 대한생명 보유주식에 대해 3246억원의 평가차익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석화는 이번에 확보한 540억원을 포함해 모두 1147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고 이 돈을 신규투자 재원으로 활용 예정"이라며 "기업가치 증진에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한화석화는 올해 유형자산투자(CAPEX) 2600억원과 해외 지분투자 1800억원 등 총 44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 바이오, 양극제(2차전지 소재), 태양광 각종 사업에 1200억원 가량 신규투자할 예정이다. 화학부문 설비도 증설할 계획이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한화석화는 비핵심자산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핵심사업 투자에 나설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화증권 지분이 자회사들에게 매각되는 것은 연결기준 현금유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추정이다.
한화석화가 계열사인 한화엘앤씨,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타임월드 등에 한화증권의 지분을 607억원에 매각하는 것은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화석화가 한화증권을 취득한 원가는 842억원으로 오히려 235억원의 처분손실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화석화는 금융계열의 지분을 털어냄에 따라 그룹리스크는 적어진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 '금융+산업' 경영비전의 첫걸음
한화석화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인 한화에 대한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상장절차가 가시화됨에 따라 대한생명의 상장가치가 재조명될 것"이라며 한화의 주가가 7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는 2010년 2월 초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루머(인수 참여 의사가 없음을 공시함) 이후, 주가가 5만3000원에서 4만원 초반까지 조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한생명의 상장절차가 진행되면서 가치는 올라간다는 전망이다.
대한생명은 다음달 초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의한 상장기준가격 결정될 예정이다. 이후 예금보험공사 매출 및 대한생명 신주발행 규모가 결정되면 오는 3월17일께 거래소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황 연구원은 해석했다.
이 같이 대한생명 상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기업들의 가치는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증권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비전 실천의지를 높게 사고 있다. 한화그룹은 금융과 산업을 양대축으로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생명 상장으로 대한생명이 챙기는 현금만도 최소 1조원이 될 것"이라며 "이 자금으로 계열 금융회사인 손해보험사(한화손해보험)와 저축은행 등의 덩치와 경쟁력을 키워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상장으로 금융계열사를 키우고 이를 계기로 대한생명을 큰 축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라는 큰 그림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은 보유중인 대한생명 지분 900만주(지분율 27.53%)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화석화는 보유중인 한화증권 지분 714만주(보통주 691만주, 우선주 23.4만주)를 계열사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들 회사는 한화엘앤씨, 한화호텔앤리조트, 한화타임월드 등이다.
한화측은 "대한생명의 IPO에 따라 구주 매출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생명이 상장함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공모로 돌려 팔겠다는 얘기다. 공모시기, 공모가격의 결정, 주관사를 포함한 인수단과의 계약체결 등은 대한생명에게 위임한다고 한화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예상된 행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상장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수순밟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생명 상장은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 통합을 통한 시너지 확보와 그룹 재무구조 개선·자금확보를 통한 신성장 사업 진출 등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캐시카우였던 한화석화, 이제야 빛보나
이번 대한생명 지분 매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업체로는 한화석유화학이 꼽히고 있다.
한화석화는 그룹의 실질적인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도맡았다. 대한생명은 물론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자금흐름에도 꾸준히 기여해 왔다. 그렇다보니 한화석화는 '현금이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안정적인 석유화학 업체' 보다는 기업의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캐시카우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화석화가 대한생명의 지분을 매각한 것은 '현금확보'와 동시에 '신규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석화가 손실을 감수하고 한화증권 보유지분을 계열사에게 매각한 것은 '다 큰 자식에게 제 몫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대한생명의 공모희망가를 1만2000원 기준으로 할 때, 한화석화는 이번 매각 결정으로 540억원의 현금유입이 예상된다. 주당 매입단가가 5143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309억원의 매각차익 발생한다. 나머지 대한생명 보유주식에 대해 3246억원의 평가차익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석화는 이번에 확보한 540억원을 포함해 모두 1147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고 이 돈을 신규투자 재원으로 활용 예정"이라며 "기업가치 증진에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한화석화는 올해 유형자산투자(CAPEX) 2600억원과 해외 지분투자 1800억원 등 총 44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 바이오, 양극제(2차전지 소재), 태양광 각종 사업에 1200억원 가량 신규투자할 예정이다. 화학부문 설비도 증설할 계획이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한화석화는 비핵심자산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핵심사업 투자에 나설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화증권 지분이 자회사들에게 매각되는 것은 연결기준 현금유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추정이다.
한화석화가 계열사인 한화엘앤씨,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타임월드 등에 한화증권의 지분을 607억원에 매각하는 것은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화석화가 한화증권을 취득한 원가는 842억원으로 오히려 235억원의 처분손실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화석화는 금융계열의 지분을 털어냄에 따라 그룹리스크는 적어진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 '금융+산업' 경영비전의 첫걸음
한화석화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인 한화에 대한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상장절차가 가시화됨에 따라 대한생명의 상장가치가 재조명될 것"이라며 한화의 주가가 7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는 2010년 2월 초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루머(인수 참여 의사가 없음을 공시함) 이후, 주가가 5만3000원에서 4만원 초반까지 조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한생명의 상장절차가 진행되면서 가치는 올라간다는 전망이다.
대한생명은 다음달 초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의한 상장기준가격 결정될 예정이다. 이후 예금보험공사 매출 및 대한생명 신주발행 규모가 결정되면 오는 3월17일께 거래소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황 연구원은 해석했다.
이 같이 대한생명 상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기업들의 가치는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증권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비전 실천의지를 높게 사고 있다. 한화그룹은 금융과 산업을 양대축으로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생명 상장으로 대한생명이 챙기는 현금만도 최소 1조원이 될 것"이라며 "이 자금으로 계열 금융회사인 손해보험사(한화손해보험)와 저축은행 등의 덩치와 경쟁력을 키워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상장으로 금융계열사를 키우고 이를 계기로 대한생명을 큰 축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라는 큰 그림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