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5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실제로는 4만9860원어치만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5만원 주유 시 소비자가 평균 140원가량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전국 491개 주유소 1972개 주유기를 대상으로 정량 주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ℓ당 55.3㎖가 적게 주유됐다고 10일 발표했다. 지난해 휘발유 소비량이 130억ℓ이고 1ℓ당 가격이 16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작년 한해 소비자가 손해본 금액은 575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지역별 실제 주유량을 보면 서울이 20ℓ당 77.5㎖ 미달해 가장 '불량'했고 울산이 36.5㎖ 미달로 그나마 양호했다. 서울에서 기름을 넣을 때 손해가 가장 크다는 얘기다.

법적 허용 기준이 '20ℓ당 ±150㎖'여서 주유소들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주유소들이 '정량 미달'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주유기에 조작 장치를 부착해 주유량을 속이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김용득 기술표준원 연구사는 "주유기 검정 시 오차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법적 허용 범위 자체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 '20ℓ당 ±100㎖'의 오차만 허용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