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슬러 교수는 이 책에서 “소녀와 소년은 기질이 매우 다르지만,단지 다르다는 것일 뿐 소녀들이 소년들보다 더 훌륭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단언한다.이와 함께 제시하는 것이 미국 등지서 실시된 각종 실험 데이터들이다.
체슬러 교수에 따르면 1966년 미 캘리포니아의 교육심리학자인 노마 페슈바하는 성인 여자가 ‘은밀한 적대감을 측정하는 항목에서 남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한다. 페슈바하는 이런 사실이 여성들이 남자들보다 악의를 더 많이 품는다고 보는 임상의들의 관찰과도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1969년 페슈바하는 LA 중산층 백인 초등학교 1학년 학생 84명을 대상으로 직접공격과 간접공격에 나타나는 남녀 성별차이를 연구했다. 연구결과는 예상을 깨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바로 소녀들의 경우, 불과 4분안에 새 학생에 대해 간접공격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반면 소년들은 16분 후부터 간접적인 공격성을 보였다.
소녀들은 또 새로 들어온 학생을 무시하거나,피하거나,도움의 손길을 거부하거나 배척하는 비율이 소년들보다 훨씬 많았다. 페슈바하는 소년들이 우월한 성적을 거두리라 예상했던 ‘직접적인 육체적 공격’항목에서도 조건에 관계없이 남녀의 성별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로는 소녀들이 소년에 비해 낯선 사람들을 더 많이 경계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당혹스러운 결과에 대해 학자들은 여러 근본원인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제시된 답안은 신체적으로 수컷에 비해 약한 암컷들은 수컷을 다룰때 비육체적 방법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고,이에 따라 소녀들은 다른 사람들을 안전하게 공격하는 방법이 그 사람의 등뒤에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배웠다는 진화론적 설명이었다.
등 뒤에서 공격할 경우,상대방은 누가 공격했는지 모르고 이에 따라 이런 습성이 소녀들로 하여금 험담이나 따돌림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것이었다.
체슬러 교수는 대상을 성인으로 넓히고,시공간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더 평화적이고 동정적이라는 믿음은 근거없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극단적인 사례로 지목된 것들만 꼽아봐도 적지않다.채슬러 교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 여자 유대인들을 고문하고 감시한 여성들은 단순히 ‘명령받고 지시받은’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짓들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유대인들의 이웃 여인들은 유대여인들의 아파트와 의상,가구를 탐내고 질투해서 나치정권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로 유대인 여성들을 넘기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고 분석한다.아랍 이슬람교도들이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의 흑인 소녀와 여자들을 강간할 때, 강간범과 같은 민족의 여자들은 강간범들에게 박수로 응원을 보냈고 강간 피해자들에게 인종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르완다의 투치족 여자들도 후투족에게 공개적으로 집단 성폭행을 당할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인도에서도 결혼 지참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며느리를 살해하는 시어머니의 숫자가 1990년대 중반에 연간 58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미국 등 선진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유사한 현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핀란드 심리학자 카지 뵤르크비스트의 연구도 ‘소녀가 소년 못지 않게 사악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한다.뵤르크비스트에 따르면 소녀들의 경우,8살이 되면 좌절감과 화를 상대방에게 육체적으로 표현하지 않게 되지만 언어적으로는 소년들만큼 공격적이었다고 한다.또 조롱과 악성소문,퇴짜 등 다양한 간접고문 방법을 발전시켜 나갔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띠는 특징으로 또래를 괴롭혀 놓고도 그 이유를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례가 지목됐다.한마디로 “맞을짓을 해서 맞았고,갈굼당할 일을 했기에 갈굼당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중고교 졸업식에서 발생한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도를 넘은 뒷풀이가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특히 20여명의 남녀 중학생이 한 여중생의 교복을 강제로 벗기고 머리에 케첩을 뿌리는 동영상이 나돌아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아마도 사회 일각에선 '깡패'같은 남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착할 것(?)’이라 믿었던(혹은 믿길 바랬던) 여학생들이 대거 가해자로 참가했다는 점에서 더 반향이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도넘은 졸업식 뒷풀이 모습을 보면서 얼마 전에 구입한(그래서 다 읽어보지 못한) 두툼한 체슬러 교수의 책을 들쳐봤다. 상당히 극단적이고 한쪽 측면이 강조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과연 어떤 것인지 자연스레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참고한 책>
필리스 체슬러, 여자의 적은 여자다, 정명진 옮김, 부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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