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 같은 일부 기관투자자나 회사 경영진에 반기를 든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제안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박 대표 처럼 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자신이 2대주주(지분율 13.4%)인 대동공업을 비롯, 게임하이 조광피혁 삼천리자전거 참좋은레져 등 5개 상장사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박 대표는 먼저 대동공업에 내달 임기가 끝나는 일부 경영진을 교체하라고 제안했다. 회사가 수 년 간 별다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광훈 전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상근감사 후보에, 이대기 스마트인컴 상무와 안경재 법무법인 동인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에 각각 추천했다.
이밖에 △주식 액면분할 및 유동성공급자(LP) 제도 도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와 잉여자금 재분배 차원의 무상증자 등도 건의했다.
게임하이에는 해외사업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이후 총싸움게임 '서든어택'의 재계약이 중국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어 회사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박 대표는 게임하이 주식 365만여주(2.31%)를 보유중이다.
그는 "300억원 가량을 지원한 일본 현지법인 게임야로우의 사업진행과 경영성과가 자세히 공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게임사 M&A(인수ㆍ합병) 과정에서 최근 1000억원대 송사에 휘말린 네오위즈게임즈를 빗대 회사측에 "객관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게임하이 주식의 거래량이 지나치게 많다며 액면가 100원짜리 주식을 500원짜리로 병합하라고 요구했다.
조광피혁에 대해선 자사주 매입을 너무 자주하고 매입량도 지나치게 많다고 꼬집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9년간 연평균 5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연평균 15억6000만원 가량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31%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과도한 자사주 매입 탓에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이 최근 5년간 2007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전혀 없었다"며 "그동안의 주주이익 침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1000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광피혁 지분 2.64%를 보유중이다.
각각 1.42%와 2.37%의 지분을 보유한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져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삼천리자전거가 업계 1위 기업이나 현 시점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자전거 보상판매를 제안했다.
보상판매를 할 경우 신규고객을 창출하고 고객 만족도를 향상하는 것은 물론,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박 대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좋은 의미도 있다"며 "여기에 친환경 이미지를 고객에게 심어주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참좋은레져에 대해서는 2008년 참좋은여행과 합병한 이후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자전거와 연계한 여행상품을 내놓는다면 시장의 반응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의 주주제안을 받은 상장사들이 내달 열리게 될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