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와치 사장이 양손에 시계차는 이유? 얘깃거리 만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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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를 위한 역사상식 | 박영수 지음 | 추수밭 | 300쪽 | 1만3800원
비즈니스에 '기름칠'을 해라
구태의연한 날씨 화제 벗어나 어색한 자리 상황별 대화콘텐츠
손등키스·넥타이·폭탄주 기원
대화 주도해 나갈 '스토리' 풍성
비즈니스에 '기름칠'을 해라
구태의연한 날씨 화제 벗어나 어색한 자리 상황별 대화콘텐츠
손등키스·넥타이·폭탄주 기원
대화 주도해 나갈 '스토리' 풍성
횡단보도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자동차가 발명된 후에 생긴 것 같지만 사실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기원전 79년 화산폭발로 멸망한 폼페이 도로 곳곳에는 세로로 난 수로에 디딤돌을 깔아 만든 횡단보도가 여러 군데 설치돼 있었다. 옷자락이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와 같은 횡단보도는 20세기 초 영국 런던에 처음 등장했다. 사람들이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하는 일이 잦자 도로에 세로줄을 그어 표시했고 나중엔 세로줄 속에 가로줄을 여러 개 더 그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교통신호등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엽이었다. 런던 국회의사당 근처에 가스등 불빛으로 빨간색과 초록색 신호등을 세운 것.이는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렇듯 횡단보도나 교통신호등은 차량을 위한 게 아니라 애초부터 보행자를 위한 것이었다.
폭탄주는 언제부터 유행했을까. 19세기 미국 탄광과 부두 노동자들이 빨리 취하려고 술을 섞어 마신 게 시작이다. 미국에서 맥주와 위스키를 섞은 술을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라고 부르는데 싼값에 빨리 취한다는 장점 때문에 벌목장이나 제철공장 노동자들도 즐겨 마셨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부터 막걸리에 소주를 섞어 마신 폭탄주 문화가 있었다. 따뜻한 막걸리 한 사발에 증류식 소주 한 잔을 부은 다음 소주가 맑게 위로 떠오르면 마셨다. 이를 혼돈주(混沌酒)라고 했으니 조상들의 유머감각도 상당하다.
《비즈니스를 위한 역사상식》에 나오는 얘기들이다. 이 책은 지적인 비즈니스맨을 꿈꾸는 직장인과 CEO(최고경영자)들을 위한 교양인문서다. '악수는 왜 오른손으로 할까? 남성이 여성 손등에 키스하는 이유는? 명함은 원래 방문 기록이었다' 등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저자는 박영수 테마역사문화연구원 원장.20여년간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풍속을 연구해온 그는 지식정보 사이트 오리진박스(www.originbox.co.kr)와 문화감성 웹진 사이트 필링박스(www.feelingbox.co.kr)를 개설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는 스위스 시계회사 스와치그룹의 닉 하이엑 사장이 양손에 시계를 차고 미팅 장소에 나가는 이유를 "처음 누군가를 만나 분위기가 어색할 때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상황별 '커뮤니케이션 스토리'를 제시한다.
짧은 사례 하나. 글로벌 기업의 한국인 지사장이 미국 유통업체 임원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둘 다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는 바가 별로 없어 분위기가 썰렁하게 됐다. 그 자리가 끝난 뒤 그는 탄식했다. "《율리시스》만 읽었더라면 5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었을 텐데…."
저자의 조언처럼 명함을 처음 건네고 난 뒤 구태의연한 날씨 얘기 외에 딱히 생각이 안 난다면 '명함이 원래는 방문기록이었다는군요' 등으로 대화를 시작해보라.'해외 바이어를 맞이하기 위해 도착한 공항,지루하고 어색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할 때,혹시 기원전 1세기 여권 경고문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자.금요일 저녁 술자리에서 폭탄주는 조선시대부터 있었다며 센스 있게 대화를 주도해보자.'
넥타이가 17세기 용병들의 목도리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흥미롭다. '당시 윗옷 목 부분에 장식 띠를 매는 풍습이 크게 유행했다. 그것이 크라바트였다. 그런데 이건 멋으로 매던 게 아니었다. 본래는 17세기 후반 프랑스 육군의 크로아티아 용병들이 속옷을 가리고자 목에 감던 목도리였다. 그들은 마귀가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목 부위를 단단히 단속했는데,프랑스 육군의 눈에는 그게 멋있게 보인 것이다. 결국 크라바트는 넥타이로 바뀌었고 오늘날 남성복의 상징적 장식물이 되었다. '
'파워 런치'라고도 부르는 '비즈니스 런치'는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한 비즈니스 미팅이라는 '시간 절약' 효과 말고도 심리학적 효과까지 지니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 쟈니스는 예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필링 굿'이라는 실험을 했다. 그는 땅콩을 먹거나 콜라를 마시면서 평론을 읽은 그룹이 그냥 평론을 읽은 그룹보다 평론 내용에 더 우호적이라는 걸 밝혀냈다. 식사라는 행위가 긴장을 완화하고 남의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또 입 안에 음식이 있는 상태에서 말을 하면 매너 없는 사람으로 비쳐질까봐 반론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대화가 중간에 끊겨 어색할 때나 상대의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없을 때는 음식을 먹으며 잠깐 시간을 벌 수 있다. 비즈니스 런치의 가치가 큰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
프레젠테이션이나 업무메일,아이디어 회의 등 어떤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직장인들과 CEO들의 마지막 1%를 채워주는 지식실용서이기도 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