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굴하고 누추한 상황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겠노라고,꿈을 이루겠다고 했던 자가 있었다.

그의 정체는 대통령,경제부총리,나아가 온 사회 구성원의 우환이었던 청년실업자.결국 백수생활 3년 만에 백기를 들고 회사에 백의종군한 그는 얼마나 기뻤던지 사내 게시판에 "첫 출근 날 회사까지 레드카펫이 깔린 것 같았다"는 민망한 흔적까지 남겼다. 그러나 입사 넉 달 만에 그는 직원식당 메뉴만큼 단조로운 회사생활에 질리기 시작한다.

20대 직장인으로 근무 중인 유재인씨(29)의 《위풍당당 개청춘》은 서러운 백수시절부터 힘겨운 직장생활까지,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 젊은이들이 겪어 나가는 시기의 느낌을 날카롭지만 유쾌하게 써내려간 에세이집이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공분할 만한 상황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일례로 그는 능력있지만 정치력이 떨어지는 상사는 도태되고 이상한 사람들만 승승장구하는 현실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런 사람들이 승진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십 년 후쯤 조직은 사나운 사람으로만 구성되어 있을 것이며,십만 년 후쯤엔 인류 전체가 아주 독한 종으로 진화해 있을지도 모른다. '

20대를 애처롭게 혹은 한심하게 쳐다보면서도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투쟁은 기운 좋은 이십대가 하고,감봉도 처자식 없는 이십대가 당하는 것까진 그렇다 쳐요. 아무리 그래도 386 선배님들,회사에선 정치 얘기 그만 하시고 일 좀 하세요. 우리가 무슨 봉입니까.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