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척들이 모처럼 만나는 설 연휴.평소 할아버지 할머니,부모님과 친척 어른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걱정했다면 언행과 안색을 보다 주의깊게 관찰해보자.사소한 몸짓과 말투 하나하나에서 예전과 달라진 건강상태를 파악,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면 큰 병으로 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뇌졸중은 어지럼증이 전조 증상

뇌졸중은 전조 증상이 짧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놓치기 쉽다. 부모님이 "물건이 두 개로 보여" "한쪽 눈이 잘 안 보이고 흐릿해" "천장이 빙빙 돈다"고 말한다면 뇌졸중을 의심해본다. 다만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뇌졸중이 아닌 귓속 평형기관의 문제일 수 있다.

한쪽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장애가 오면 뇌졸중일 확률이 높다. 만약 양쪽 손발이 모두 저리면 당뇨합병증이나 기타 질환으로 신경계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 종종 두통이 생기고 뒷목도 뻣뻣한 상태에서 비록 횟수는 뜸하지만 갑자기 심한 두통마저 발생한다면 뇌졸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체중이 예전보다 10% 이상 줄면 암

갑자기 살이 빠진 것 같다면 암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암세포는 혈당 등 영양분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몸무게가 1년 새 10%이상 줄었거나,최근 6개월 사이에 5㎏ 이상 살이 빠졌다면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얼굴빛이 노란색을 띤다면 소화에 관여하는 담즙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거나 위에서 출혈이 생기는 등 간이나 위 같은 소화기관이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잠을 푹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나른하고,간혹 구역질과 구토가 난다면 더욱 유의한다.

◆구체적이지 못한 언어표현은 치매

나이든 어른이 대화 도중 가족이나 특정 사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이것' '저것' 같은 대명사로 말한다면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단어를 콕 집어서 말하지 못하고,뜻을 장황하게 풀어서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발음장애도 오는데 예컨대 '기름'을 '구름'으로 발음할 수 있다. 질문에 대답할 때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아예 못 들은 척 회피할 때도 있다. 부모님이 승용차에서 내릴 때 동작이 매우 굼뜨거나,얼굴 표정이 화난 사람처럼 항상 굳어있거나,간단한 계산도 오래 걸리거나 헤맨다면 치매가 시작됐을 확률이 높다.

◆'힘들다''죽고 싶어' 반복하면 우울증

큰 아버지나 고모,이모 등이 "요즘 너무 힘들어""이런 저런 문제로 죽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와 같은 극단적인 말을 한다면 심한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다. 여성의 우울증은 폐경기의 신체변화와 같이 오는 경우가 많고 두통 소화불량 등 수반되는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남성들은 이런 우울 증상에 둔감하거나 부정하기 때문에 우울증 발견이 늦어진다.

◆근골격계질환의 다양한 증후

발까지 손이 닿지 않아 양말 신기를 힘들어하거나 허리를 숙인 채 세수나 머리감기를 하는 게 버겁다면 허리디스크가 아닌지 체크해본다. 팔을 옷 안쪽 소매에 잘 끼워넣지 못하거나 밤에 어깨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 오십견(유착성 관절막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앉고 일어서기,계단 오르내리기에 불편함이 많고 발바닥을 끌면서 걷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을 때 매우 힘들어하면 퇴행성 무릎 관절염일 가능성이 적잖다. 가사노동 후 손이 시리고 저리다며 계속 주무른다면 손목터널증후군(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신경이 압박받아 나타나는 손저림)일 가능성이 높다.

◆'쌕쌕' 기침소리는 중증 호흡기질환

기침이 만성화되고 기침할 때 단순한 '콜록콜록'이 아닌 '쌕쌕' 소리가 나며 가래에 피가 소량 묻어나오면 만성기관지염,폐결핵,기관지확장증,천식,폐암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여기에 호흡곤란까지 수반되면 천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에 걸렸을 가능성을 염려해봐야 한다.

◆여자보다 남자 목소리가 잘 들리면 노인성 난청

대화 도중 자주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거나,음정이 높은 여자 목소리보다 남자 목소리'를 더 알아듣기 편해하거나,전화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면 난청일 확률이 크다. 청력에 큰 문제가 없으나 귀에서 울리는 소리,으르렁거리는 소리,'쉿쉿' 소리가 들리면 이명일 수 있다.

◆녹내장과 백내장의 차이

백내장은 진행될수록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고 밝은 곳에서 시력이 더 떨어지기도 한다. 눈물, 눈부심 증상이 나타나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녹내장은 시야가 점차 좁아지며 급성일 경우 심한 안통과 시력 저하,두통,구역질,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 녹내장은 말기까지 거의 증상을 못 느끼기 때문에 40대 이후엔 해마다 한 번 정도 정기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잇몸질환이 있는지 점검해봐야

치아가 흔들리는지,치아 사이가 너무 벌어져 있는지,잇몸이 붉게 변하고 살짝만 건드려도 아픔을 느끼는지 확인해본다. 입냄새가 심하고 잇몸이 볼록하게 튀어오르면서 고름이 차고 들뜬 느낌이 들면 스케일링과 잇몸 소파술이 필요하다. 특히 틀니에 가려 잇몸 염증을 간과하고 있는지 주의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교수
선우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