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이탈리아' 급성장하자 伊정부 "성인물 틀지마" 견제
격분한 머독 '섹스 스캔들' 폭로
비즈니스위크(BW) 최신호(2월15일자)는 머독 회장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수십억달러짜리 경품을 걸고 정치적 음모와 성인 등급 내용으로 얼룩진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위성방송 시장을 둘러싸고 두 미디어 재벌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머독 회장과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종종 식사를 같이하며 사업을 논의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소유의 민영 지상파 미디어셋과 국영 RAI방송이 독점하고 있던 이탈리아 방송 시장에서 2003년 머독이 유료 위성방송인 '스카이 이탈리아'를 개국하며 원수로 변했다. 지난해 스카이 이탈리아의 매출은 32억달러로 미디어셋(40억달러),RAI(37억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디어셋도 2005년 유료 위성채널을 만들었지만 시장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머독을 겨냥한 규제를 쏟아냈다. 지난해 유료방송 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두 배로 올렸다. 스카이 이탈리아 시청요금은 이로 인해 10% 올랐다. 지난달에는 유료 방송의 광고 비율을 현재 전체 방송 시간의 18%에서 12%로 대폭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지상파의 광고 비율은 18%에서 20%로 높였다. 결정타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성인물 방송을 금지한다는 방안이었다. 유일하게 성인물을 방송하는 스카이 이탈리아는 여기서만 매년 6200만달러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스카이 이탈리아 때리기'에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의중이 개입돼 있다는 분석이다.
머독이라고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머독 소유의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최근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섹스 스캔들과 이혼 소송에 대한 폭로성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본인 소유의 미디어셋 인터뷰에 나와 더타임스의 보도는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복수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머독은 또 유명 가수이자 진행자인 로사리오 피오렐로를 미디어셋에서 빼내 스카이 이탈리아에 출연시키는 등 잇따라 인기 스타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제임스 월스턴 로마 아메리칸대 교수는 미디어 재벌 간의 싸움에서 머독보다 정치 권력을 손에 쥔 베를루스코니가 더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머독이 정부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은 유럽연합(EU)이나 이탈리아 사법부에 기대는 것뿐인데 모두 10년은 족히 걸릴 정도로 시간이 요구된다는 게 그 근거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